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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작가 Jun 07. 2024

갈증나요. 칭찬 갈증

나는 여전히 칭찬에 목마르다.

여전히 어설픈, 30s


처음은 모두에게 어려운 법



태어나서부터 부모였던 사람이 없고, 그래서 조금은 준비가 부족했던 초보 엄마아빠는 내가 이룩한 작은 성공들을 크게 칭찬한 일이 별로 없었다. 



총기 넘쳤던 형이 이미 다 지나쳐 온 것들이었으니 내 생애 최초의 ‘1등’도 ‘당선’도 ‘100점’도 “그래 잘했다”였던 것 같다. 나의 잘함을 증명하고 싶었던 걸까? 어렸을 때 학교에서 하는 대회는 항상 손들고 나서기 일쑤였다. 



없는 형편에도 사생대회 나가는 나를 위해 부모님이 사온 비싼 물감도, 반장이 체육대회 때 햄버거를 돌리는 문화(?) 때문에 휴가를 내고 햄버거 세트를 50개 이고 온 엄마의 수고도, 상장은 항상 벽에 반듯하게 붙이던 아빠의 뒷모습도 모두 인정과 사랑이었음을 안다. 이제는 안다는 말이다. 그때는 미처 몰랐다.



구김 없고 당당해 보인다는 내 모습이 인정과 사랑받음의 증거인데 내 안에 못난 어린아이는 인정에 여전히 목마르다. 나의 삶의 그릇은 부모의 사랑과 인정 포근한 보살핌 덕에 한 뼘씩 커져서 이제는 남에게 칭찬도 하고 고맙다고도 잘하는 어른이 되었다. 



1년 전이다. 용하다는 한의사를 소개받아 찾아갔다. 아내와 나를 두루 살펴보더니 아내에게 “잘한다, 최고다”하면 타워팰리스에서 살게 해줄 남편감이니 밥보다 칭찬을 주라는 말을 했다. 나는 그게 무슨 진찰이냐고 돌팔이라고 아내에게 이야기했지만, 1년째 그를 반무당이라며 사람들에게 소개한다. 



우습다. 



나는 여전히 칭찬에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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