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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앤정 Jul 01. 2021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

숲길 산책

오랜만에 숲을 찾았다.  혹시 몰라 선글라스며, 양산도 챙겨 배낭에 넣었다.  6월이지만 30도가 넘는 뜨거운 날이다.  모자를 눌러쓰고 한걸음, 두 걸음 걷는다. 산길의  초입은 나무데크길이라 편안히 걸을 수 있다.

데크길 양옆으로 나무들이 빼곡히 서 있다.  나무데크길과 나무는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걷지 않고 가만히 서서 하늘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이 없어 한적하고 조용하여 좋았다. 마스크를 끼고 있다가 살짝 벗어보았다. 숲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마스크를 벗는 순간 숲의 냄새에 놀랐다.  이런 향을 어디에서 맡아볼 수 있을지, 돈을 주고서도 살 수 없는 귀한 방향제와 같다. 귀한 향수와도 같다.

심호흡하고 다시 한번 맑은 공기와 숲의 내음을 들이마신다.  뱃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 그곳도 정화해주었으면 좋겠다.





높은 나무, 무성한 잎은 그늘을 만들어 하늘도 조금밖에 보이질 않는다.  시원하고 쾌적하다.  내 마음도 항상 쾌적하고 상쾌하면 얼마나 좋을까.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선글라스는 이곳에서 필요 없는 물품이다. 살짝 민망했다.  이런 장소에서 선글라스라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늘이 있는 이곳에서는 준비해야 할 물품 중에서 빼야 할 물건이다.

그늘이 있는 숲길을 걸으며 내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마음, 욕심, 걱정거리 등은 벗은 선글라스처럼 마음속에서 빼두고 가야 할 것이다.


상쾌함과 감사한 마음만을 마음속에 넣어본다. 이렇게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음에 감사하고, 걸을 수 있는 튼튼한 다리가 있음에 감사하다. 울적했던 마음, 부정적인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기에 모든 것이 감사하다.



나무 데크 길이 끝나니 흙길이 나온다.  요즘은 야자수 껍질을 이용하여 만든 깔개를 깔아 둔 곳이 많아 미끄럽지 않고 산길을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중간중간 걸어가면서 나무도 쳐다보고 나무에 매달아 놓은 나무 설명을 적어놓은 이름표를 읽어가며 나무에 대하여 새롭게 알아간다.

나무의 종류에 따라 독특한 냄새를 풍긴다. 어떤 것은 잎을 비비면 냄새가 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나무는 식물 전체에서 냄새가 나는 것이 있다. 신비로운 자연의 세계다.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지고 합쳐져 향기로운 냄새, 기분 좋은 냄새를 풍기고 있다.  숲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격하게 공감을 하며 천천히 산길을 걷는다.


숲길을 걸으니 새소리가 들린다.  새의 이름이 무엇인지 순간 궁금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고 감사함만을 가지자.  나무위에서 들리는 새소리를 따라 자연적으로 고개를 높이 들어 나무를 바라본다.  새의 모습을 찾아본다.

새의 모습은 찾지 못하였으나 맑은 새소리에 한참을 귀 기울이고 들었다.  일정한 리듬과 시차로 새소리를 들려준다.  나를 만나는 모든 사람이 모두 새소리처럼 반가움을 만들어내며 기쁨을 갖기를 소망한다.


바람에 실려 온 기분 좋은 향으로  잠시나마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머리가 맑아지고, 상쾌해지는 피톤치드 향, 여러 나무가 어우러져나는 냄새, 바람 소리, 새소리, 이 모든 것들로 인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숲길에서의 시간,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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