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SKY(스카이)캐슬을 보고, 대한민국의 페르소나를 보다.
위 이미지는 JTBC금토 드라마 SKY(스카이)캐슬의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를 캡처해서 올린 것이다.
본방 사수하는 드라마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쓰는 신조어 중에 재미난 단어가 있다.
*'이불 킥'-자려고 누웠을 때, 부끄럽거나 창피스러운 일이 불현듯 생각나 이불을 걷어차는 일.
이런 이불킥을 통해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 등에 대해서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건강한 인간의 본연한 모습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잘못임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고 이것을 합리화, 정당화시키면서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이중적 모습도 있다. 이런 경우 매일 아침 이불킥을 하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그런 자신의 이중성이 부끄러운줄은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에 자신과 가족의 무사안일을 위해 독립운동을 못했을지언정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을 공명심에 가득찬 인간으로 둔갑시켜 매도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한다. 군사독재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안녕을 위해 침묵한 우리가 민주주의를 위해 젊은 청춘을 받쳐 온갖 핍박에 맞서 싸운 민주열사에게 빨갱이라고 부르면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일제강점기도 군사독재시대도 끝난 지금 우리는 무엇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고, 침묵하며 자신의 안녕과 가족의 무사안일을 위해 이중성을 유지하는걸까?
몇 년전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하버드 마이클 샌들 교수의 책이 사회적 이슈가 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문명이 시작된 이래 엄청난 과학적 문화적 발전이 있었음에도 아직까지 우리는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하지도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음에 처음은 놀라웠고, 책을 본 뒤에는 어떤 면에서는 인간의 무력감과 무능함, 그리고 어눌한 이 사회에 사는 것이 불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드라마 SKY캐슬을 단 한줄로 표현하자면,
'이 사회의 안전지대, 기득권 엘리트주의에 뿌리박고 싶은 상위 0.1%로의 대물림 욕망 프로젝트'
라고 생각한다. 불안한 삶을 안정되게 만들기 위한 인간의 당연한 욕망이기에 공감도 된다. 다만 그것이 다른 이들과 공정하고, 평등한 과정에서의 정의로운 결과가 아님에 분노할 뿐이다. 그러나 나도 돈이 있다면 저러지 않을까라고 스스로 부끄러운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상상은 자유니까... 그러나 그 상상이 현실이 되면 문제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문제고, 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 이미지 출처: http://tv.jtbc.joins.com/skycastle
여기서 가장 큰 본질적 문제점은 욕망하는 인간이 아니라, 그 욕망을 제대로 정의(定義)하지 못하는 인간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주엄마가 정의한 행복과 예서엄마가 정의한 행복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렇다면, 우주엄마의 행복이 예서엄마의 행복보다 우월한 것일까?
아니면, 예서엄마의 행복이 우주엄마의 행복보다 천박한 것일까?
이 드라마를 관통하며, 시청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의 본질은 바로 이 두 질문으로 대신할 수 있다고 본다.
도덕, 윤리 문제라면 좀 더 정답을 쉽게 말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좀 더 극단적인 질문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억지스럽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극단적 가정하에서 판단할 때 그 가치 기준을 쉽게 직시할 수 있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질문해 보겠다.
우주가 독립투사 안중근이라 가정하고, 예서가 매국노 이완용이라고 가정한다면,
우주(안중근)엄마가 예서(이완용)엄마보다 더 행복할까?
예서(이완용)엄마가 우주(안중근)엄마보다 더 불행할까?
만약 단순한 우주엄마, 예서엄마의 질문과 달리 안중근, 이완용으로 대체한 질문에 쉽사리 답변할 수 없었다면, 우리는 3.1운동(혁명) 100주년을 맞이하는 2019년, 안중근 의사의 희생이 부끄러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SKY캐슬을 또 다른 면에서 보면, 자식 잘되라고 물심양면 노력하는 부모들의 이야기다.
여기에는 살인자도, 악당도, 악마도 없다. 그러나 희생되는 아이들이 보이고, 무너지는 이 사회가 보인다.
공정, 평등, 정의라는 단어보다 꼼수, 학연지연혈연 줄타기, 황금만능주의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더 슬픈 것은 이것이 허구가 아닌 현실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 대안은 없을까?!
이 드라마가 아직 끝나지 않은 현시점에서 드라마 엔딩을 논하기는 그렇지만, 이 드라마 역시도 엔딩에서 일련의 스카이캐슬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획기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할 듯 싶다.
하지만 난 이미 이 드라마 작가가 대안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바로 스카이캐슬에서 발생된, 그리고 일어나는 모든 비정상적인 행태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하는 우주엄마의 욕망 의지이다. 그런 의지가 모여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난 확신한다. 비록 단 한 명의 글로 한 순간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시작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이 드라마 작가 역시도 말하려고 하는 것 같다.
영화 베테랑에 보면 배우 유아인의 대사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그랬어요."
이 영화에서 유아인 역할은 돈 많은 재벌기업 후계자 중에 하나, 즉 SKY캐슬에서는 흡사 예서가 크면 저렇게 될 수도 있겠다라고 느껴지는 캐릭터다.
그래서 대안은 끊임없이 문제를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문제가 제시되면, 고민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 사회가 성장하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글이 칼보다 강하고, 국민의 알권리가 개인의 사생활보다 때론 중요할 수 있는 것이다.
2018년 대표 키워드가 가짜뉴스라고 한다. 이것 역시 우리 사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에 공감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부작용이 있다고해서 멈춰서는 안된다. 자정작용을 더 강화하고, 끊임없이 부정부패, 불공정, 불법, 편법이 사회 정의(正義)를 좀먹지 않도록 해야한다. 몰라서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알면서도 당하는 억울한 사회는 더이상 만들지 말아야하지 않겠는가!
영재엄마의 죽음으로 수면위에 들어난 SKY캐슬의 문제점은 비단, 입시 코디 일탈의 문제점만은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알 정도로 성숙한 사회 수준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젠 그 이상의 사회 문제에 입을 열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