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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메다 Jan 14. 2022

교육의 말 뜻은 뭘까?

교육철학 1-2. 교육의 어원

1. 서론

흔히들 우리나라의 교육이 잘못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그랑제콜과 대학 평준화를 본받자고 합니다. 또는 핀란드 같은 북유럽식 교육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미국식 교육과 미국식 대학제도를 본받자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대개 동아시아보다는 서구권 교육을 더 선진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구권 교육이 무엇이고 그들의 근본적인 철학이 무엇인지는 잘 대답하지 못합니다. 오늘 우리는 교육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고, 서양과 동양의 기본적인 교육관이 어땠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태도로 교육을 바라봐야 하는지 배울 것입니다.


2. 서양의 어원

서양에서 교육을 뜻하는 영단어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pedagogy와 education입니다. pedagogy는 오늘날에는 교육보다는 ‘교육학’, ‘교수법’이라는 뜻으로 번역되고 있고, 교육의 번역어로는 education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먼저 pedagogy는 그리스어 paidagogos에서 나온 말입니다. paidagogos는 ‘어린이’라는 뜻의 paidos와 ‘이끌다’라는 뜻의 agogos가 합쳐져 생긴 말로 ‘어린이를 이끈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는 고대 그리스에서 귀족의 자녀를 교육시키는 노예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다음으로 education은 라틴어 educare와 educo에서 유래됐습니다. 이는 ‘밖으로’라는 의미를 가진 e-와 ‘꺼내다’, ‘이끌어내다’를 의미하는 ducare, duco가 합쳐져 생긴 말입니다. 역시 그리스어인 paidagogos와 비슷하게 ‘밖으로 이끌어내다’는 의미로 시작했습니다.


3. 동양의 어원

동양에서 '교육(敎育)'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처음 등장하는 기록은 <맹자>의 <진심> 장 상편 20절입니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잇으나 왕이 되어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그 속에 포함되지 않는다. 부모가 모두 건강하게 살아 계시며 형제들이 무탈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고, 위로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아래로 굽어보아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며, 천하의 우수한 인재를 얻어서 그들을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군자에게는 이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나 왕이 되어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그 속에 포함되지 않는다. (민음사 논어, 동양고전연구회 역)

"천하의 우수한 인재를 얻어서 그들을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라는 대목이 한자어 '교육(敎育)'이 처음 쓰인 부분이며, 한자의 뜻은 다들 아시겠지만 가르칠 교(敎)에 기를 육(育) 자를 씁니다.


먼저 가르칠 교(敎)를 살펴보면, 중국 후한의 <설문해자>라는 책에서는 가르칠 교(敎)를 두고 ‘윗사람이 베풀고 아랫사람은 본받는다’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뛰어난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일방향으로 무언가를 가르치고 학생이 이를 성심성의껏 본받는 형태를 의미하는 한자입니다.


다음으로 기를 육(育)은 대개 ‘자녀를 길러 착하게 만든다’는 의미로, 부모가 아이를 잘 보호하고 양육하는 것을 의미하는 한자입니다. 부모가 자신의 몸으로 안아주듯 자식을 키운다는 뜻입니다. 이 두 한자를 조합하면 교육이란 윗사람이 베풀고 아랫사람이 본받는 동시에,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잘 보호하고 키워내 착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한국어에서 교육을 의미하는 단어로는 한자어의 어원과 비슷한 ‘가르치다’와 ‘기르다’가 꼽힙니다. 보통 어린아이일수록 기른다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대상이 커갈수록 가르치다는 내용에 초점을 맞춥니다.


4. 비교

먼저 영어의 pedagogy는 뛰어난 지성을 가진 노예가 어린이를 이끌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즉, 교사가 중심적으로 학생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해나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교사가 아동의 위에 서서 아동을 교사가 원하는 대로 바꾸어 간다는 한자어 가르칠 교敎의 의미와 비슷합니다.


반면에 영어의 education은 인물이나 대상이 등장하지 않고 그저 ‘밖으로 이끌어내다’는 뜻입니다. 밖으로라는 단어에 주목한다면 education은 아동의 안에 잠재돼 있는 무언가를 밖으로 이끌어낸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합니다. 즉, 교사가 아동을 특정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pedagogy나 가르칠 교敎에 비해서 아동이 가진 본연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에 중점을 둔 단어입니다. 이는 한자어에서 기를 육育의 의미와 유사합니다. 보통 우리가 기른다고 할 때에는, 가르친다는 의미와는 달리 엇나가지 않게 '있는 그대로' 잘 키우겠다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서양에서 교육을 의미하는 단어나 동양에서 교육을 의미하는 단어나 모두 교사가 특정 방향으로 학생을 이끌어간다는 의미와 학생이 가진 잠재능력을 발현하고 개발해 나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교육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특성이며, 교육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시각이기도 합니다.


동양과 서양이 어떤 단어를 주되게 '교육'이라는 개념에 사용하는지 살펴보면 해당 문화권의 교육에 대한 시각을 알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교육이라는 단어를 일상적으로 쓸 때 'education'을 사용하고 동양에서는 '가르치다'나 '가르칠 교(敎)'를 주로 사용합니다. 우리가 교육이라는 영단어를 배울 때 흔히 education을 떠올리고, 학교나 교실, 교사 등 제도권 교육을 의미하는 단어들에 기를 육보다는 가르칠 교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를 생각해봐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고는 하지만 기른다고는 잘 말하지 않습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education과 가르칠 교는 맥락이 다릅니다. 영어의 education은 어원에서 학습자보다 더 뛰어난 누군가가 스승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학습자의 잠재능력을) 밖으로 이끌어낸다는 뜻에서 아동 중심의 교육관이 서양에서 보편적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가르칠 교는 뛰어난 사람이 학습자를 지도하고 이끌어가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여기서 뛰어난 사람은 학습자의 잠재능력이 잘 계발되도록 하기보다는, 아동에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을 가르칩니다. 서양에 비해 교사 중심적이고 지식중심적입니다. 평소 우리가 교육을 대하는 자세나 부자관계에 대응되는 사제관계를 떠올리면 좋을 겁니다.


어원을 살피면 서양의 교육은 학습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동양의 교육은 교사가 어떻게 가르칠지에 초점을 맞춰온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최초의 서양 교육철학자인 소크라테스의 산파술과 1950년대 이후 제1세계 교육현장을 휩쓸고 있는 진보주의 철학은 단연 학습자 중심적인 교육입니다. 반면에 동양의 교육은 한나라의 "태학"때부터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칠지에 크게 관심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어느 교육방법이 우월하거나 더 낫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우리나라 대중이 흔히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교육천국은 북유럽 국가들입니다. 특히 핀란드는 여러 다큐와 책이 만들어지며 북유럽 교육 열풍을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핀란드는 청소년 자살률이 OECD 1위인 국가입니다. 6위인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우리의 생각만큼 완벽한 교육체제를 가지지는 못했습니다.


북유럽 교육은 틀렸고 한국의 교육이 맞다는 말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교육에 대한 이 두 가지 관점을 모두 이해하고 인정하고 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입니다.




5. 참고문헌

이경범, <Why to How 교육학 논술 Basic 1>, 배움, 2019

전태련 외 1인, <함께하는 교육학 2>, 마이쌤, 2021    

신득렬 외 3인, <쉽게 풀어 쓴 교육철학 및 교육사>, 양서원, 2014

신차균 외 2인, <교육철학 및 교육사의 이해>, 학지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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