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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메다 Dec 05. 2021

교육이 뭐 하는 건데?

교육철학 1-1 교육 개념 의의와 특성

1. 교육활동의 위상

지난 2021년 교육부 예산규모는 76조에 육박했습니다. 정부 예산안 총지출이 558조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전체 지출의 13.6%가 교육부에 할당됐습니다. 정부 부처가 총 18개이니, 평균적으로는 부처당 31조 원을 써야겠지만 76조를 쓴 교육부는 예산 비중이 굉장히 높은 부처입니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의 정부 부처 의전 서열은 국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에 이은 2위이며, 교육부 장관은 사회부총리 직을 겸직합니다. 행정부 내에서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기재부 장관)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인물입니다.

2021년 교육부 예산안

교육부의 높은 위상은 '교육'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을 말해줍니다.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분야가 교육이며 다른 분야에 비해 2배 이상의 재원을 부여받습니다. 별로 와닿지 않는 예산이나 의전 얘기를 제하더라도, 2020년 기준 국가공무원 정원 76만 명 중 36만 명이 교원입니다. 여러분이 소위 말하는 공무원의 절반은 교사라는 이야기입니다. 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학교와 교육, 그리고 수능이기도 합니다. 모든 국민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받으며, 전 국민의 80%는 대학교에 진학합니다. 내 자식이나 동생, 사촌이나 친척 사이에는 늘 수능을 보는 아이가 한두 명씩은 있습니다. 


교육은 우리와 너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사람이 교육에 대해 저마다 목소리를 높입니다. 한국 교육은 썩었다는 둥, 주입식 교육의 폐해가 막심하다는 둥, 정시가 수시보다 더 공정하니 정시를 확대하고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는 둥의 말은 굳이 교육 관련된 이슈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곳곳에서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인터넷 곳곳에서 일본 학자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고 "이래서 한국 교육은 안돼"라고 이야기하거나, 국밥집에서 아르바이트생과 시비가 붙은 아저씨가 화를 내다가 갑자기 "이래서 대한민국 교육이 문제야!"라고 외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여러분, 여러분이 말하는 교육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2. 개념 정의의 필요성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됩니다. 초중등교육 전반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고등교육이나 평생교육을 아우르는 때도 있습니다. 제도권이 아닌 사설 인터넷 강의나 학원 강의를 교육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며, 때로는 수능시험 하나를 꼽아서 교육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인재를 양성하거나 사람의 됨됨이를 가르치는 일이라는 의미도 있고 무언가를 배우고 가르치는 활동(흔히 수업) 전반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밥상머리 교육, 도둑질 교육처럼 기존 교육과 너무 떨어진 것을 지칭할 때도 있습니다. 저마다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각자의 교육의 의미는 너무나도 다릅니다.


그래서 교육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위처럼 우리는 교육이라는 단어에 여러 의미를 붙여 사용합니다. 그래서 서로가 말하는 교육이 뭘 말하는 건지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을 설파하면서 한 사람은 학교 수업의 미시적인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은 공교육 제도 자체의 거시적 문제점을 이야기한다면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둘 다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데, 개념을 오해해서 싸우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이런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교육'처럼 여러 의미를 가진 단어는 명확한 정의를 해야 합니다.


더 나은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도 교육 개념을 정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교육은 추상적이고 복잡한 활동이기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힘들고, 교육이라 불리는 활동도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교육의 정의는 모든 교육적 판단이나 행위의 규범으로 기능합니다. 즉 무엇이 교육이고 무엇이 교육이 아닌지 구분하게 해 주며, 어떤 것이 바람직한 교육이고 어떤 것이 지양해야 할 교육인지를 알려줍니다. 교육활동의 목표가 무엇이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 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동료 교사들이나 교육 전문가들이 모여서 이미 이루어진 교육의 결과를 평가할 때도 교육의 정의에 맞춰서 평가를 하게 됩니다. 만약 사회적 합의를 이룬 명확한 개념이 없다면 전국의 각 분야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입니다.


3. 교육학의 교육 개념의 특성

1) 일상적 의미의 교육

교육의 의미는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간단하게 일상적인 교육의 의미를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이라고 설정해보겠습니다. 흔히들 수업을 교육이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고, 수업을 확장해서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그 외의 가르치는 활동들도 수업이나 교육이라고 하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교육을 정의하려고 하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 번째는 개념의 모호성입니다. 단순히 가르치고 배우는 것만을 교육이라고 하면 범위가 너무 넓어집니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나 인성교육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나 어린아이에게 배변훈련을 시키는 경우나 부모가 자식에게 거짓말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등의 활동도 모두 교육으로 포함됩니다. 하지만 거짓말을 배우고 가르치는 활동이 교육이라는 데에 동의하기 힘들뿐더러, 이러면 뭐가 교육이고 뭐가 교육이 아닌지 구분이 힘들어집니다. 화투 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교육이고, 싸움 기술을 알려주는 것도 교육이 됩니다. 세상 거의 모든 활동을 교육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앞서 말했듯 교육활동의 기준으로 삼기 무리합니다.


두 번째는 평가의 중립성입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은 중립적인 개념입니다. 즉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우기만 한다면 다 교육이라는 의미인데, 그러면 거짓말을 가르치는 일이나 싸움을 알려주는 것도 다 교육이 됩니다. 하지만 교육활동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또한 수업으로 학생들이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배웠을 때, 교육을 단순히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이라고 정의한다면 이를 잘 일워진 교육이라고 받아 들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부정행위나 사기를 배우더라도 그것이 잘 된 교육이라고 평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방향으로 교육이 나아가야 할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교육학자들은 교육 개념을 정의하며 대체로 아래의 3가지와 같은 특성을 드러내려고 합니다. 교육 개념을 정의하려고 시도한 학자는 매우 많고 그만큼 다양한 정의가 있습니다. 하나 대부분의 정의는 아래 세 가지의 특성을 지닌 채로 정의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활동을 명확히 정의할 필요도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2) 의도적 변화

첫 번째로 교육은 인간의 의도적 변화에 관한 것입니다. 교육이 단순히 인간이 변화하는 과정 그 자체만을 의미한다면 범위가 너무 넓어집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비속어를 학습하는 것이나 SNS를 통해 유행어를 학습하는 과정은 분명 변화와 학습의 과정이기는 합니다만 교육활동으로 보기에는 큰 무리가 따릅니다. 교육은 의도적으로 개인을 변화시키기 위한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학습은 교육활동의 결과이지만 동시에 교육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내기도 합니다. 교육한 대로 학습이 이루어지지는 않기 때문이고, 교육은 의도적이지만 학습은 비의도적이고 우연적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의 학습이 처음에 의도했던 대로,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는 조금 더 확장해서 들어가면, 교육이 계획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나아갑니다. 의도적인 결과를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가르칠지, 어떻게 가르칠지, 제대로 학습했는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계획의 영역에 들어갑니다. 이를 다룬 교육학의 분과를 "교육과정"이라고 합니다.


3) 가치 지향성

두 번째는 교육의 가치 지향성입니다. 교육이 의도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교육이 특정한 가치를 지향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의도적으로 특정한 상태를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이 특정한 상태를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 가치 지향성입니다. 따라서 교육활동에는 바람직한 교육 목표가 있고,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를 두고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즉, 교육을 받았다면 반드시 바람직한 변화가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바람직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면 이는 교육이 실패했다고 평가해야 합니다.


또한 이런 특성 때문에 교육은 필연적으로 주관적인 활동이 됩니다. 교육활동은 설계 단계부터 국가나 교육자 등의 주관적인 사상이나 가치체계가 묻어나게 됩니다. 시간과 장소, 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교육자는 다양한 가치 중 스스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선택해서 학생들에게 이를 가르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가르친다면 어떤 방식으로 가르칠 것인지, 교육 활동 중에 어떤 뉘앙스나 태도로 해당 내용을 대할 것인지 등등이 모두 교육의 가치 지향성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내용을 가르친다고 하더라도 교육자가 누구인지, 교과서가 무엇인지에 따라서 결과가 확연하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가 소위 전교조의 교육활동에 반발하여 공공갈등이 일어나거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같은 일이 이슈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종교교육이나 아동을 대하는 태도 등에 있어서 특정 가치가 개입돼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교육은 가치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려고 노력하기는 하나 본질적으로 가치지향적인 활동임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완전히 중립적인 교육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교사나 국가는 늘 특정 가치를 선택하고 다른 가치를 배제함에 있어서 도덕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


4) 전인적 변화

세 번째로 교육은 전인적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 전인적이란 "인간의 세 가지 심적(心的) 요소인 지성, 감정, 의지를 균형 있게 갖추어 원만한 인격을 지닌 사람의 것"을 말합니다. 한자로는 온전할 전全, 사람 인人을 사용합니다. 사람의 전체적 변화나 완전한 변화, 또는 모든 요소의 변화를 목표로 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기술이나 지식의 습득을 교육 활동이라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교육은 개인의 신념체계나 가치관,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나 감정, 정서, 습관, 지적능력 같은 인간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내적 요소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는 활동입니다. 단순히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무한히 기술 연습을 반복시키며 정확도나 숙련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은 교육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를 훈련이라고 구분해서 말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기술을 가르친다고 하더라도, 그 기술의 의미나 중요성,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연관해서 가르친다면 이는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또는 무시하는) 부분이지만 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습득과정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활동입니다. 그것이 개인이 보기에 바람직한 방향인가 아닌가는 둘째치고 말입니다.


4. 정리

이번 글에서는 교육 개념을 정의할 필요성과 교육 개념의 특징인 의도성과 가치 지향성, 전인적 변화를 알아보았습니다. 교육 개념은 어떤 것이 바람직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지, 교육자가 어떻게 교육활동을 해야 하는지 그 지침을 제공하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교육을 정의하게 된다면, 교육 개념에는 필연적으로 의도성과 가치 지향성, 전인적 변화가 들어가게 됩니다. 즉, 교육은 특정한 가치를 이루기 위해 의도적으로 개인의 전인적 변화를 유발하는 활동입니다.


교육이란 모두가 접하는 활동이면서 동시에 아무도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는 활동이기도 합니다. 추상적인 목표와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을 가진 활동이기 때문에 이전에도 미래에도 교육활동을 명확하게 정의해서 모두의 찬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또 없을 겁니다. 하지만 교육을 정의하려는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며, 바람직한 교육을 위해서 교육활동이 무엇인가 하는 논의와 합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두세 편의 글에서는 계속 교육활동의 개념과 정의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5. 참고문헌

이경범, <Why to How 교육학 논술 Basic 1>, 배움, 2019

전태련 외 1인, <함께하는 교육학 2>, 마이쌤, 2021    

신득렬 외 3인, <쉽게 풀어 쓴 교육철학 및 교육사>, 양서원, 2014

신차균 외 2인, <교육철학 및 교육사의 이해>, 학지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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