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삶 vs 다이나믹한 삶

트레킹을 하다가 느닷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by 이밀

아마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나서부터였던 거 같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굴곡진(?) 삶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 것이.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이고 살아가는 동안 다이나믹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이십 대 중반을 넘어선 그 언젠가

소개팅했던 사람으로부터 잔잔한 삶 vs 다이나믹한 삶 중 어떤 인생을 지향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난 다이나믹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었다.

하지만 남미 여행을 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여러 번의 트레킹을 하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루하지만 평온한 삶을 살고 싶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는 그런 삶..

이 말의 의미는 좀 더 편한 삶을 살고 싶다는 뜻도 있지만 평온한 삶을 살며 좀 더 주변을 돌아보며 살겠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트레킹을 하다 보니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을 땐 내겐 주변을 돌아볼 여유 따윈 없었다. 내 몸이 너무 힘드니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기가 힘들었다. 어차피 내려갈 산인데 왜 힘들게 올라가야 하냐며 짜증만 부렸다. 하지만 평지를 걸을 땐 좀 더 여유롭게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고,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더 따뜻하게 웃어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좋았다.

흔히들 인생을 산을 오르는 일에 비유하긴 하지만,

난 오르고 내리는 산 말고, 그냥 지루하지만 평온하고 평평한 그런 평원만 걷고 싶다 이제.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재미없고 지루하고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거지만 그 반복되는 지루함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고 찾아내는 건 결국 내 몫이겠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