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쿤 치앙마이8 - 태국어에서 타투받기
내 몸에는 5개의 타투가 있다. 한국에서는 4개였는데 태국에 와서 5개로 늘었다. 타국에서 타투를 받는 게 로망이었는데, 태국에서 받을 계획은 없었다. 친구가 타투를 받고 싶다고 하기에, 따라가기만 하려다 가격을 알아보고는 이건 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섰다. 한국에서는 기본 8만 원부터 시작할 텐데 이곳에서는 4만 원 안 되는 가격으로 양질의 타투를 받을 수 있다.
올해는 스물다섯 살이 되는 해여서, ‘track25’로 타투를 받고 싶었다. 이소라의 노래 중 track9를 좋아해서 정한 타투다. 태국에서 받는 만큼 기왕이면 태국어로 받으면 좋겠다. 정확한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태국에서 기찻길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단어를 찾았다. 앨범에 쓰이는 트랙의 의미와 비슷해 보여 그 단어와 25를 함께 받기로 했다. 어디에 받을지 무척 고민하다 팔 안쪽으로 정했다. 팔 안쪽 타투는 차렷 자세를 했을 때 보이지 않으면서 나에게 잘 보이는 위치인 점이 좋다. 지금까지 받은 타투들은 모두 팔 아래쪽에 있는데, 팔꿈치 위쪽으로는 살이 연해 아플 것 같아 받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왠지 용기가 났다.
친구가 찾은 타투샵은 카페를 같이 하는 곳으로 세 명의 타투이스트가 있다. 인스타그램으로 예약하고 타투샵에 가 도안을 이야기한 뒤 몇 번의 수정을 거쳤다. 우리가 한국인인 걸 알자 갑자기 쌍욕을 들었다. 누군가 그에게 한국어 욕을 알려준 모양이다. 욕 외에는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내가 원하는 글자 사이의 간격을 직접 포토샵으로 조정하고 타투를 받았다. 한국에서 받은 4개의 타투는 모두 머신으로 받은 것인데 처음으로 핸드 포크를 받아 보기로 했다. 핸드 포크는 바늘을 가지고 손으로 직접 피부에 콕콕 찍어가며 타투를 새기는 것이다. 핸드 포크는 처음이라 긴장되면서도 기대됐다. 머신과는 다른 매력의 빈티지한 타투가 완성되겠지? 웬걸, 완성된 타투는 마치 머신으로 새긴 듯 정교했다. 핸드 포크의 맛(?)은 안 느껴졌지만, 성공적이다. 타투를 받는 내내 타투이스트는 내게 한국어로 ‘아파? 괜찮아?’하며 물었고, 타투에서만큼은 쫄보가 아닌 나는 괜찮다고 하며 눈을 감았다. 미동 없이 있으니 타투이스트는 ‘굿 나잇’이라며 장난치기도 하고 1부터 5까지 한국어로 잘 세다가 6부터는 웅얼거리길래 6부터 10까지 말해주기도 했다. 그랬더니 저쪽에서 있던 다른 타투이스트와 같이 큰 소리로 육칠팔구십을 외치더라. 분위기가 너무 장난스러워서 조금 걱정을 했는데, 말끔하게 받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같이 간 친구는 첫 타투라 굉장히 겁을 먹었다. 코딱지 만한 타투를 등에다가 받는데 손을 잡아 달라고 해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잡아줬다. 친구의 타투도 아주 예쁘게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 받은 타투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타투를 마치고 사진을 찍었다. 타투이스트의 포트폴리오 겸 언젠가 sns에 올라올 사진이다. 장소는 화장실 옆 흰 벽. 팔을 들고 서 있는데, 우리가 도착할 때만 해도 한산하던 카페에 온 동네 힙스터들이 다 모였다. 타투이스트들은 마치 맞춘 것처럼 올 블랙에 멋이 장난 아니었는데 그중 대장 같은 타투이스트가 내 타투의 의미를 물었다. 숫자가 나이냐고 묻길래 맞다고 하니 자기도 스물다섯 살이라고 한다. 동갑이라니?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하긴 이제는 스물다섯이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닌 것 같다.
다음에 치앙마이에 다시 온다면 이곳에서 또 타투를 받을 것이다. 순간의 기억을 몸에 새기고 기억할 수 있어 좋았던 타투 경험. 깔끔하게 타투를 새겨 준 유쾌한 타투이스트 컵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