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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Jan 03. 2017

쉬는 연습

구룡사에서 템플 스테이

  2017 첫 번째 화요일은 고속 터미널을 가는 걸로 시작했다. 목적지는 강원도 원주다. 원주에는 '구룡사'라는 절이 치악산 밑에 자리 잡고 있다. 오늘부터 2박 3일 동안 이곳에 머문다.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좋다. 절에 큰 관심이 없어 몰랐는데, 와보니 꽤 큰 절이다. 템플 스테이를 하러 온 이유는 부처님을 뵙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기독교다. 그럼에도 굳이 절까지 찾아온 것은 마음을 비우고 이번 년도를 잘 지내보고 싶어서다. 그런데 도착도 하기 전에 밥을 먹고 카페에 가겠다고 여유를 부리다 버스를 반대편으로가 예정된 도착 시간보다 2시간 늦게 도착했다. 부랴부랴 공양을 들이기는 했지만, 괜히 욕심을 부리다 늦어진 것 같아 시작부터 반성했다. 절은 버스가 내려준 곳에서 조금 들어가니 나왔다. 큰 골든 리트리버가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골든 리트리버의 이름은 선재고, 검정색 큰 개의 이름은 문수다. 전날 카페에서 본 개와 비슷하다. 같은 종인 것 같다. 밥은 두부조림과 무생채, 감자 조림, 바지락이 들어간 된장국; 더 있었지만 이 반찬과 국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설거지까지 마치고 스님과 함께 종을 쳤다. 그 다음은 스님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휴학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많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선택과 집중이다. 난 비교적 욕심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스님께서 나의 생년월일을 보시더니 욕심이 왕창 많은 기질이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사람이 기질대로 행동하지는 않지만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니 대입을 거치면서 욕심이 생긴 것 같다. 대학생이 되서도 뒤쳐지기 싫어 선택한 일들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들이지만, 지금은 그 일이 스트레스를 줄 때도 있다. 휴학에 앞서서도 계획을 세우다 보니 40가지나 세웠다. 의미있는 1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욕심이 생겼나보다. 나는 순간 순간 현재에 감사함을 느끼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걱정을 많다. 모두가 그럴 것이다. 휴학을 함에 있어서도 무언가 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하루하루가 가는 게 아쉽다. 

 

  몇 년 전 스님이 쓰신 책에서 누워있을 때 앉을 걱정, 앉아서는 일어설 걱정을 하면 안된다는 글을 읽었다. 오늘도 스님께서 숨을 쉴 때는 숨시는 것에 집중하고 지금에 행복을 느끼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학교를 다닐 때는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참 힘들다. 밥을 먹을 때나 걸을 때나 자기 전에 문득 떠오르는 밀린 과제들가 코 앞으로 다가온 시험은 현재의 집중을 방해한다. 쉬는데도 연습이 필요하다. 내일은 우선 40가지의 계획을 다시 한 번 보고 이 계획들이 정말 해낼 수 있는 것들인지, 혹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만족하며 매일을 보내진 않을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내일은 6시 반에 일어나 아침 공양을 드려야한다. 일단 지금은 자는 걸로 현재에 충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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