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21
날이 더워져서 책방에 출근하는 것만으로 힘이 든다. 당분간 책방의 평일을 봐주던 친구에게 이제 그만 나와도 된다고 전했다. 친구는 책방에서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취업을 준비했다. 면접을 앞둔 기업도 몇 군데 있다고 해 혹시 책방에 나오는 게 부담이 될까 싶었다. 친구는 다음 주까지 나온다고 했고, 책방에 나오는 동안 재미었다고 말해주었다. 이렇게 흔쾌히 책방 평일 업무를 봐준다는 사람이 또 있을까. 전에 서실리였던 책방에서는 사장님과 친분 있는 작가님들이 책방을 보고 책방에서 전시를 했다고도 한다. 책방을 하다 보면 그렇게 알게 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맘 놓고 책방을 맡기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평일에 사람이 없으니 매번 택배가 올 때마다 문을 열어주는 세탁소 사장님에게도 늘 감사한 마음이다.
친구가 책방을 봐주는 동안 평일에 사람이 얼마나 오는지 감 잡아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좋은 예감이 들지는 않았지만, 그게 사실이라는 걸 확정 짓고 나니 마음이 아리다. 그래도 이번에 반차를 내 도서관 납품 계약을 하고 왔다. 이렇게 월세는 어찌어찌 내고 있지만, 서점을 찾아오는 손님이 더 늘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걱정하는 척 하지만 사실 도서관 수입과 고정적인 회사 월급이 있어서 크게 걱정되지도 않는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문제여서 급박하게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요 며칠간 기분이 계속 축 처졌는데 반차를 내고 대낮에 회사를 나온 순간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회사 업무가 과중한 것도 아닌데 너무 오랜 시간 회사에 시간을 보낸다는 것만으로 스트레스였나 보다.
평일과 다르게 서점에 출근하는 토요일 하루 종일 기분 좋았던 일도 있다. 독립출판물을 입고해 주신 작가님이 책방 이니셜이 새겨진 비즈 구술로 책갈피를 만들어 보내주셨다. 알록달록하고 예쁜 비즈를 보고 있으니 어렸을 때 비즈로 이것저것 만들었던 생각이 나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 비즈 책갈피는 책방 앞 풍경에 걸어두었다.
또, 인천에 참가하는 싱어롱페이퍼에 전시할 그림을 친구가 그려 보내주었다. <우울한 현대인을 위한 지령집>이라는 이름의 전시이다. 지금 내가 겪는 우울이 나만 겪는 우울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무시해도 되는 우울은 아니지만, 친구가 보내준 지령에 웃음이 나고 위로가 되었다. 친구의 지령은 ‘가끔은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느끼한 표정을 지어줍니다.’이다. 그림 속 사람의 표정이 너무 느끼해서 웃음이 났다.
당분간 평일에 열던 책방은 다시 주말에만 문을 열고, 장사는 잘 안 되지만 도서관이 책을 사주고 월급을 주는 회사가 있고 기다리는 독립출판물 책이 있고 힘이 되어주는 친구들이 있다. 그럭저럭 오늘도 견딜만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