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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Jan 24. 2021

책방의 변화

20210123

  해가 바뀌고 책방을 연 4번째 일요일이다. 2월이 다가오는데 마음은 작년 12월에 머물러 있다. 매주 쓰려고 노력한 책방일지도 쉼을 가졌다. 2021년이 되고 나서 책방에는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주말 책방이라 토요일과 일요일 문을 열었던 책방은 일요일만 문을 열기로 정했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5단계로 격상하고 나서, 토요일을 임시 휴무일로 정했다. 쉬는 토요일에 책방 가구를 보러 망원동에 갔다. 가구를 주문하고 망원 한강 공원을 잠시 걸었다. 오랜만에 그런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라 외출 자제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책방을 여느라 작년 한 해 다른 동네를 놀러 가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나의 책방을 지키는 일도 좋지만, 하루쯤은 새로운 무언가로 나를 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느껴졌다. 그렇다고 외출을 자제하는 이 시기에 매번 가고 싶은 곳을 가진 않겠지만, 정기적인 휴무일을 가진다는 것은 언제든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여유로움이 생기는 일이다.


  한 달에 4번에서 5번만 여는 서점이 되면서 올해는 서점을 여는 일이 사이드프로젝트임을 인정하기로 했다. 시작은 서점이 먼저고, 나의 우선순위도 이곳이 1순위이지만 소모하는 시간과 책임감, 그에 따른 보상 또한 평일에 나가는 직장이 더 크기 때문에 그것을 본업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작년에는 당장이라도 서점에 나의 시간과 아이디어를 투자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괴로운 마음이 컸다. 물론 내년을 목표로 서점을 본업으로 부를 수 있을만한 경제적 기반을 다져놓을 계획이다. 퇴사를 뒤로 미뤄인지 요즘은 돈을 헤프게 쓴다. 이전 책방 사장님이 두고 가신 테이블과 의자를 새로운 테이블과 의자로 모두 바꾸었다. 눈독 들이고 있던 패브릭도 무려 줄을 서서 구입해 책방 한쪽 벽에 걸어두었다. 값이 나가는 개인적인 물건들도 몇 가지 구입해 카드값이 꽤 나왔다. 남들 다 한다는 주식도 시작했다.

  연초에는 심장 검사를 받았다. 혹시 내가 급성 심근경색 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체한 듯한 증상이었는데, 평소와는 분명 달랐다. 급성 심근경색의 증상과 비슷한 증상이 체한 듯한 느낌이다. 또, 여성의 심근경색은 남성보다 전조 증상이 없는 편이라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글을 읽어서 생긴 불안이었다. 오후 반차를 쓰고 심장내과가 있는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검사 비용은 11만 원이다. 11만 원을 내고 살이 5kg 쪘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평소 식습관은 엉망이고 운동도 거의 하지 않아 그 점이 가장 불안했다. 새해를 맞은 꾀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겐 언제 죽어도 아쉽지 않다는 마음이 한 곳에 있는데 혹시라도 죽을까 봐 이렇게 병원에 가 검사를 받는 나 자신이 생경했다. 아직은 아닌가 보다. 직장에도 여러 변화가 생겼다. 이곳에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3월이 되면 딱 1년 차라 퇴직금만 받고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버티기로 했다.

  사이드 프로젝트에 관한 책을 읽었다. 거기서 하는 이야기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방식과 맞아떨어져서 놀랐다. 잘하고 있는 게 맞으니 이대로 조금만 더 버티자. 2021년은 버티는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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