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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Dec 13. 2020

‘눈멍’ 때리기 좋은 책방

20201213

  올해 유독 비가 잦았다. 바지라고는 질질 끄는 것들밖에 없어서 비오는 날이면 축축한 바지를 걷어가며 책방을 열고 닫았다. 꼭 주말이면 비가 오더라.

비만큼 눈이 올진 모르겠지만, 첫눈이 내렸다. 공식은 아니고 비공식 첫눈! 아침에 눈이 온다는 소식에 진눈깨비일 줄 알았는데 꽤 쌓였다. 일부러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뒷산과 공원을 지나 정류장으로 향했다. 덕분에 눈사람을 세 사람이나 봤다. 책방에 오니 눈은 많이 녹아서 비가 온 것처럼 보인다. 비가 올 때마다 상자를 문 앞에 깔아놔서 이번 겨울에는 눈이 오기 전에 발매트를 사려고 했지만 오늘에서야 주문을 넣었다.


  어제는 토요일이었고 책방 문을 열지 않았다. 토, 일 간단하게 여는 주말책방이지만 난 재택도 안 하는 평일 직장인이라 하루라도 집콕하고 싶어 내린 결정이다. 손님도 주말에 하루는 종일 안 오고 하루는 한 명 정도 오는 게 다인 날이 많다. 지금 감사하게도 내 옆에 책을 읽고 계신 손님이 계신다. 우리 모두 집에서 나가지 않고 건강을 지키자고 하지만 손님과 나의 사이 거리는 1.5m. 하루에 맞는 손님이 한 명 밖에 없는 책방은 봐 줄만 하지 않은가. 어쨌든, 눈이 내렸다. 책방에 있는 동안에도 잠깐 소낙눈이 왔다. 책방에서 눈을 볼 날을 기다려왔다. 첫눈을 이곳에서 보니 더더더 반갑다. 오늘 ‘눈멍’을 때려본다.


  아, 운영을 하루 줄이기 전에 시간도 한 시간 줄였다. 한 시간 줄였을 뿐인데 마감 시간이 정말 빨리 돌아온다는 느낌을 받는다. 흠. 처음에는 이틀 여는 만큼 오래 열자고 다짐했지만, 나는 나와 잘 타협하는 편이다. 그래도 오늘 미국에서 건너온 <퀴어별점>을 책방 sns에 소개했다. 크리스마스까지 매일 인스타그램을 하나씩 올리는 혼자만의 챌린지도 시작했다. 책방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보내었다. 이 돌고 돎이 오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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