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진 Dec 06. 2020

책방 간판 만들기

20201205

  한동안 책방 간판 때문에 애를 먹은 적이 있다. 마음에 드는 간판은 작업 의뢰비가 꽤 나가서 한 동안은 간판 없는 책방으로 지내려고 했다. 그런데, 도서관 납품을 하려면 간판이 있어야 한다는 공지를 받았다. 혹 유령책방으로 납품 사업만 할까 우려가 되어서였다. 계획에 없던 간판을 제작하려니 머리가 아팠다. 다른 책방 사장님의 아이디어로 수제 간판을 만들었다. 책방에 굴러다니던 나무판자에 먹지를 덧대어 프린트한 글씨를 꾹꾹 눌러 글자가 새겨지게 하는 방법이었다. 손으로 그럴싸한 간판을 만들고 나니 제법 마음에 들었다.

  이후로 다시 간판을 제작한 적은 없다. 이번에도 간판을 만들려는 게 아니라, 책을 소개할 때 밑에 받쳐 둘 책 모양 오브제를 만드려고 원데이 도마 클래스를 신청한 것이었다. 도마지만 쓰임새는 마음대로 정하기 나름이니까, 책 모양의 도마를 만들어 그 위에 책을 두고 사진을 찍으려는 계획이었다. 공방에 가니 나무의 크기들이 생각보다 작아 원래 목적으로 만들기는 애매해, 작은 간판 겸 책 모양을 만들기로 했다. 인스타그램으로 알게 된 목공방은 집과 거리가 가까워 책방은 하루 쉬고 친구와 도마를 만들러 갔다. 공방은 책방과 비슷한 크기의 공간이었고 가벽으로 목수님의 작업 공간이 작게 있었다. 유리문으로 둘러싸여 있어 바로 옆 나무와 풀숲이 목공방과 잘 어울리는 멋진 공간이다.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오늘 만들 도마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레 책방을 운영한다는 걸 말했고 목수님은 나에게 월세를 물어봤다. 안 그래도 이곳의 월세가 궁금한 참이어서 우리는 서로의 월세 커밍아웃을 했다. 나의 책방이 절반 정도 저렴했다. 그래서 그런가 어제도 오늘도 손님이 없다. 사실 그게 맞다. 수도권 코로나가 점점 더 심해져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었으니까. 정말 그 이유였으면 좋겠다. 어쨌든,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에도 크게 목소리를 내어주시는 목수님 덕에 큰 실수하지 않고 간판을 완성했다. 나무를 깎고 사포질하고 오일을 바르고... 목수가 되고 싶어 처음 목공을 시작했지만, 좋은 취미로 남아주었다. 이번 간판 만들기에서 다른 목공 수업과 달랐던 건 인두펜으로 서명을 새기는 작업이었다. 길게 써도 된다고 하여, 책방 앞에 곧잘 붙이는 ‘여성의 이야기가 고전이 되는 클래식책방’ 이라는 타이틀을 썼다. 다른 것보다 이 인두펜 작업이 나에게는 가장 어려웠다. 힘 조절이며, 방향이며 섬세한 작업이었다.

  책방에 내가 만든 책장과 서랍장, 간판이 하나씩 자리를 찾아간다. 정직한 결과물이 나오는 작업이라 목공은 언제나 좋다.

작가의 이전글 회사원의 도서 납품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