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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Feb 28. 2021

서점은 행운의 장소

20210228

  인터넷에서 별자리 운세 글이 올라오면 챙겨 보는 편이다. 그 내용을 금세 잊어버리지만, 좋은 운세를 보는 순간엔 기분이 나아진다. 며칠 전 행운의 장소가 ‘서점’이길래 퇴근을 하고 서점에 갔다. 종종 행운의 장소가 서점으로 나오는데 그때마다 서점이라는 장소가 언급되는 것 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아직 사람들의 일상에 서점이 군데군데 있다는 그런 안도감이 든다. 서울에는 참 많은 책방들이 있고, 그중 성동구에 있는 책방도 여럿이다. 내가 가 본 성동구의 서점을 떠올려 본다. 귀여운 황순돌 강아지가 있는 <낫저스트북스>, 장세이 작가가 문을 여는 <산책아이>, 까맣고 순한 고양이 까순이가 있는 <프루스트의 서재>, 따듯한 그림책방 <카모메 북스>. 최근에는 회사 근처에서 팝업 책방인 <세가방>이 열리기도 했다.

  이런 책방들을 제쳐두고 나의 책방에 갔다. 책방 근처에서 저녁 한 끼를 해결했다. 1인 회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먹으니 책방에 가기 전에도 이미 행운인 날이다. 이 날은 월급날이라 주말의 나를 위해 고생한 평일의 내가 가장 큰 보상을 받는 날이기도 하다. 책방에서는 알아가고 싶은 시인의 시를 읽을 것이다. 입고한 시집을 후루룩 읽는 것이 책방을 하는 재미이기도 한데, 오늘은 그 시집을 오래 읽으려고 한다. 시를 몽땅 읽고 그중에서 소개하고 싶은 시 하나를 책방 sns에 올렸다. 집에 바로 가기 아쉬워 프루스트의서재에 갔다. 까순이는 다다미에서 몸을 잘 지지고 있었는데 내가 온 바람에 잠을 깨웠다. 프루스트에서 나랑 비슷한 결에 사람이 쓴 것 같은 독립출판물을 골라 사고 까순이는 먹지 않는 명태포를 요즘 프루스트에 자주 놀러 오는 아기 고양이에게 뜯어 주었다. 사장님이 내려 주신 커피를 마시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까지 모두 나에게는 일상을 비껴나간 행운이다.

  집으로 가려 역으로 걷다가 버려진 가구 하나를 보았다. 작년엔가 생긴 엔틱숍이 문을 닫은 모양이다. 내부는 이미 자리를 비웠고 그 앞 쓰레기와 함께 버리기 아까운 나무 탁자 하나가 놓여 있다. 프루스트 사장님과 사장님의 친구 분의 도움을 받아 가구를 서점 안에 들여놓았다. 작은 서점이라 놓을 자리가 애매하다. 괜히 들고 왔나 싶게 헤맸지만, 함께 와준 두 분 덕에 자리를 찾았다. 주말에 책방에 와서 가구를 닦고 다른 물건들의 위치를 바꾸었다. 행운의 장소인 서점에 들여놓은 행운의 가구가 이곳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을 주었으면 한다.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책을 발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별자리의 운세가 아니어도, 그 존재만으로 서점이 행운의 장소였으면 한다.


*명태포를 낼름 받아먹던 아기 고양이는 우리집에서 복이란 이름으로 무럭무럭 살을 찌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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