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 리뷰_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 다구치 미키토 지음
서점의 sns 계정을 팔로우 해두면 새로운 책의 입고 소식을 바로 알 수 있어 좋다.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 역시 sns로 그 소식을 먼저 접했다. 동네서점을 내세운 제목에 무려 서점의 미래와 희망에 대해 말한다고 하니, 내용이 궁금해졌다. 또한 서점원인 작가가 현장에서 느낀 바를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더 읽어보고 깊었던 책이다.
북타임에 갔을 때 책을 살 생각은 없었다. 근래 들린 서점 중에 책이 너무 많은 서점이었다. 책이 많으니 있는 책들만 구경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책을 둘러보다가 이 책을 보았다. 사고 싶은 책이 떡하니 있으니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구입한 덕분에 북타임 사장님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모로 고마운 책이다.
일본인인 작가의 시선에서 본 일본의 서점은 한국과 별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서점원인 작가가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낀 것들이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
1. 책에도 때가 있다. p31
오래된 책이라도 제때를 만나면 주인을 찾을 수 있다. 서점원의 큐레이션에 구매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요즘같은 대선철, 대선이 끝나고 난 뒤 대선 후보들과 당선자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이 잘 팔리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잘 팔리던 책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가 전보다 덜한 경우가 많다. 작가는 사와야 서점 폐잔점의 점장인데, 종합 서적을 취급하는 서점이니 매대에 올라가는 서적이 아무래도 더 주목을 받을 것이다. 작은 책방일지라도, 모든 손님이 책을 찬찬히 봐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서점원의 큐레이션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그 당시 핫한 책들만 놓는 건 책방을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손님들이 인터넷 서점과 대형 오프라인 서점이 아닌 우리 서점까지 찾아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2. 서점원이 직접 책을 읽고 홍보한다. p47
폐잔점은 다른 점포에서 인기가 있었던 홍보 문구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서점원이 직접 읽어보고 그에 대한 느낌을 전달해야 '팔아주는 책'이 아닌 '팔고 싶은 책'이라는 진심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내가 서점을 차리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굉장히 모순적인데, 책을 사지 않고도 원 없이 볼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책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지만 말이다. 책을 좋아하고 특히 특별한 소규모 출판물을 애정하지만, 그럼에도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을 수 있는 사정이 되지 않아 놓은 책들이 많다. 지금에야 제주에 살면서 주변에 서점들이 있어 책을 사러 다니지만, 본가에 있을 때만 해도 살 책을 정해놓고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게 다반사였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인터넷에서 발견하면, 그 구절이 담긴 책을 인터넷으로 사는 것이다. 서점에서 예상치 못한 책을 발견하고 그 서점에서 눈에 띄는 책들을 사는 재미를 알게 된 건 얼마되지 않았다. 서점원이 된다면, 이런 바람 하나 만큼은 해결되지 않을까? 우선은 운영을 혼자할 생각이므로 입고를 받고 책을 선정하는 건 오롯이 내 몫이다. 그 과정에서 책을 받아보고 읽어보는 일이 가장 설렐 듯 하다. 거절의 의사를 밝히는 것과 일로써 책을 읽어야한다는 것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집어만 보고 읽지 못한 많은 책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팔고싶은 책을 파는 일을 하고 싶다.
3. 서점은 문화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p54
고등학생 때 이런 생각을 했다.
'대학에 가면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를 사귀고 싶다.'
물론 대학에서 그런 친구들을 만나긴 했지만, 그 전에 알고 지냈던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늘 학교 안에서만 보느라 그럴 기회가 없었던 것 뿐이다. 왜 서로의 관심사를 정확히 몰랐을까? 우리는 시험이 끝나고 나면 꼭 상영 중인 영화를 보거나 노래방에 가거나 맛있는 걸 먹고 헤어졌을까? 대화의 장이 없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할 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서점에서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책 한 권에 담길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 한다는 것이다. 대학에 오기 전 물론 책을 읽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서점에서 직접 책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면 서로의 공통된 관심사를 이야기할 기회가 더 많았을 것이다. 관심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서점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사람을 모으고 새로운 일을 해보는 걸 흥미로워하지만, 부담을 느끼는 내가 그런 역할을 서점을 통해 잘 해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서점이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4. 한계에 도전해야한다. p123
문화도 좋고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서점은 상업 공간이다. 책을 팔기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한다. 어떤 일을 대충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계까지 했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다. 핑계를 대자면 한계에 다다를 만큼 열정을 쏟아부을 일이 아직은 없었다. 부디 오래동안 서점에서 사람들과 책을 만나고 싶다. 내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5. 서점은 자기표현의 장이 아니다. p155
경영자이자 서점원으로 일할 내가 과연 정말 자기표현의 장이 아닌 곳을 내 가게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폐잔점은 가맹점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크지 않은 공간에서 시작할 제주없는사람은 내 취향이 많이 반영될 것 같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책들을 진열하고 판다면, 제주없는사람이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믿는다.
오늘의 갈 곳 오늘의 할 일이 되는 서점
무엇보다 이 말이 좋았다. 서점은 어떤 공간인가? 서점에 사람들이 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서점이 할 일로써 다가가게 해야한다. 제주도에 와서 서점을 다니며, 서점 주변에서 밥을 먹고 카페를 가기 위해 가게를 찾아보았다. 그곳에 서점이 있기 때문에 그 마을에 가고 그곳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 공간을 나도 만들고 싶다. 앞으로 서점을 차리고, 운영하는 동안 여러 번 읽게 될 책을 만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