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 리뷰_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_', 브로드컬리
엄마가 동영상 하나를 보냈다. 유시민이 청년들에게 권하는 말이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며, 애처롭게도 그의 조언은 내가 중학생 때부터 줄곧 품어왔던 생각이었다. 간추리자면 '인생은 짧으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여기에 그 일을 남들 만큼은 잘 해내야한다는 책임감을 더하는 조언이었다.
'내가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은 영상인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말하면 늘 응원보다는 걱정이 앞서 끝이 좋지 않은 대화로 마무리가 되는 사람은 바로 엄마니까 말이다. 특히 경제적인 문제가 언급되면 시작도 하지 않은 일에 괜한 열등감이 들고 만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청년들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 많다. 미디어도 욜로가 대세라고 돈을 써대고 여행 안 가는 날이 없다. 한번 사는 인생 당연히 하고 싶은대로 살고 싶다. 유시민은 저 말을 청년들에게 할 게 아니라 기득권층에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꿈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청년들을 응원해주고 물질적으로 지원해주라고,
서점을 시작한 이들 중에 억지로 돈이 되는 일이라 선택한 사람은 없어보인다. 월세를 내고 생활을 유지할 정도만 되도 감사한다. 그래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일 할 수 있어 좋다는 마인드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무조건 행복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브로드컬리 03호를 보고 서점의 희망을 봤다면 02호는 더 현실적인 서점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당연히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짧은 인생,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고 싶은데 그 일이 돈 안되는 일이면?
임대 계약이 끝나면 다른 일을 찾아보려는 사람도 있고, 자신에 인생에 있어 이 만큼이나 평화로운 날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다. 서점을 차리려는 사람을 말리겠다는 사람도 있고, 다시 돌아가도 서점을 차리겠다는 사람도 있다. 서점을 차려보기 전이다. 그러니 나는 서점을 차려보고 싶다. 주변의 조언을 듣기 좋은 시대다.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어도 이렇게 잡지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고,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어도 인생을 조언하는 자기계발서가 천지다. 어디를 가도 맛집을 추천하는 블로거가 있어 마음이 편하고, 물건을 사기 전에 먼저 그 물건을 사본 사람의 리뷰 정독은 필수다. 그래도, 내가 먹어보기 전에 사서 입어보기 전에 가서 경험해보고 살아보기 전에는 모른다. 서점도 내가 직접해보기 전에는 모르겠지. 생각보다 훨씬 매출이 안나와서 당장 내일을 걱정할 날이 올지 모른다. 아니, 아마 분명 올 것 이다. 어떻게 하면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돈을 최대한 많이 모은 다음에 이 일을 시작하란다. 그럼 서점을 차리기 전에 나는 어떤 일을 해야할까? 회사원들의 푸념이 담긴 글을 봤다. 그 관계 속에서 버티다가 서점을 차린 사람들이 많다. 프리랜서도 많고, 바로 서점을 차린 사람은 보기 드물다. 아직 못 봤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 하계 방학 인턴을 신청했는데 잘 한 일인지 모르겠다. 두 달 동안 제주에 있었으니 두 달은 또 일을 해야지. 무슨 일이든 쉽게 질려하는 내가 버틸 수 있는 최대 기간이 두 달이 아닌가 싶다. 그 와중에 하고 싶은 일이 '서점'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적을지라도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으니까, 제주없는사람에서 똑같은 책만 두 달 이상 배치해 놓는 날은 없지 않을까. 책을 들여놓을 돈이 있다는 전제 하에.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겠느냐고? 먹고살 수 없을 때까지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