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제주 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진 Jul 02. 2017

서점의 미래를 생각하다.
미래 책방

제주 책방 7

  

  사는 곳 근처에 서점이 생겼다는 걸 육지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알았다. 걸어서 15분 남짓 거리에 있다는 걸 sns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일을 시작했을 때와 비슷하게 문을 연 곳이다. 이제라도 알아서 정말 다행이다.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 서치를 하는 게 꼭 인생의 낭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찾아가는 게 아니라면 가기 힘든 곳에 동네 서점, 동네 가게들이 생기고 그 터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에 sns가 있다. 어쩌면 당신이 살고 있는 그 동네에도 여전히 불을 밝히는 서점이 있을지 모른다.

  미래 책방은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서, 책이 많은 편은 아니다. 식당에서 서점으로 바뀌면서 식당 간판도 그대로지만 이 공간은 새로운 책으로 채워지고 있다. 책의 종류는 적은 편인데, 사고 싶은 책은 오히려 더 많았다. 한 권 한 권이 가지는 공간의 지분이 많아서 였을까? 다음의 미래 책방을 가면 어떤 새로운 책으로 채워져있을지 기대가 된다.

  서점을 가기로 마음 먹은 날 아침,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서점에서 하루만이라도 일해보고 싶다.' 책을 사러만 다녔지, 하루라도 판매를 맡아본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단순히 서점의 낭만과 환상에 젖어 서점 운영을 꿈꾸는 것은 아닌지, 현실적으로 손님을 마주해보고 싶었다. 가까운 곳에 새로운 서점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흥미가 생겼는데, 얼굴도 모르는 주인 분에게 부담스런 부탁이 하고 싶어졌고 그 생각은 일어나자 마자 실천으로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잠을 자기 전이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끝도 없이 다짐을 하게 된다. 그 다짐들은 대부분 귀찮음을 이기지 못하고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은 달랐다. 가지고 있는 엽서 중에 유람위드북스에서 산 엽서를 골랐다. 거기에 늘 그렇듯이 구구절절 내 사정을 늘어놓으며 휴무 날 서점을 맡아 보고 싶다며, 편지를 썼다. 메모지에 미리 쓰고 엽서에 옮겨 쓰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본 게하 사장님이 애인이 생겼냐며 누구에게 그렇게 정성스럽게 편지를 쓰냐고 물었다. 안타깝게도 애인은 아니고, 서점 주인분께도 내 진심이 전달되길 바랐다.


  서점에서 책을 사고 한동안 있다가 겨우 겨우 편지를 도망치듯이 드리고 나왔다. 연락이 오지 않았다. 충분히 그럴만 하다고 생각했다. 단골도 아니었으며 처음 서점을 방문한 날이었다. 평소에 무례한 태도인 것 같아 서점에 궁금한 것도 묻지 못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무례한 행동을 하고 부담을 드린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그 와중에 다시 서점에 가지 못한다는 게 가장 아쉬웠다. 가까운 곳에 있어서도 그랬지만 초록색이 돋보이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참 좋았다.

  결론은 연락이 왔었다. 내 번호가 아닌 다른 번호로 간 게 문제였다. 끝 번호를 다르게 입력해 보내셨다고 한다. 내게 답이 오지 않자 다시 문자를 보내는 수고를 해주셔서, 다행히도 연락이 닿았다. 휴무에 서점을 맡기는 건 어렵지만, 몇 시간은 같이 운영을 해도 괜찮다는 답이었다. 그 연락을 계기로 서점에서 사장님과 나눈 대화는 나에게 앞으로 어떻게 서점을 준비해야할 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서점 운영을 유지하려면, 책을 파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게 운영을 위해서 불가피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제주에서도 대부분의 서점이 그랬다. 서울 다음으로는 관광객이 많고, 나름의 특수성을 가진 탓에 제주의 접근성이 좋은 편임에도 숙박업이나 카페를 겸하는 서점이 많았다. 그게 아니라면 책과 관련한 워크샵을 여는 건 다른 서점들도 많이 하는 활동이다. 서점 한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내게는 오히려 더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서점이 서점으로서의 역할만 하는 것보다, 그 안에서 이뤄질 수 있는 다양한 기획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진다는 건 흥미롭다. 물론 그로 인해서 소비되는 에너지가 크겠지만 말이다. 또 고민해 볼 점은 다른 서점들이 잘 하고 있는 그 무언가와 다른 우리 서점이 가진, 내가 가진 필살기는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주셨다. 마음만 앞섰는데 현실적으로 어떻게 지금의 꿈을 실현시켜나가면 좋을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미래 책방은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6월의 내가 제주에 있을지 3월만 해도 알 수 없었다.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이 아니면, 계획은 했지만 기약이 없었던 일들이 기회로 찾아온다.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면 미래 책방을 들려보길 권한다. 그곳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내 취향을 발견하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책방

제주 제주시 관덕로4길3 (삼도2동/ 구 수화식당)


목 휴무

12:00 ~ 20:00 (금 16:00~20:00)

instagram : @mirai_books

매거진의 이전글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