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
웬만한 사람은 주눅이 들 근육을 무기로 조태오에게 말을 거는 남자. 하지만 그가 등장하기 전에도 사람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재벌과 형사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무기는 다름 아닌 스마트폰. 오고 가는 주먹과 엎어지는 노점상들, 그리고 유명 재벌가 아들의 얼굴까지. 모조리 스마트폰 안에 담아낸다.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이다. 영화에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찍힌 영상 혹은 사진은 분명 누군가의 sns로 공유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이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빌딩을 사람들로 하여금 쳐다보게 하고, 결국 허물어버렸다. sns가 이토록 거대하다.
현실도 영화와 다르지 않다. 이슈가 될 만한 일이 눈앞에 벌어지면 핸드폰부터 꺼낸다. 꼭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sns에 글을 올린다. 자신의 일상 공유부터 사회적 이슈를 접하는 것까지, sns를 즐겨 하는 사람이라면 sns가 자신의 삶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몇몇 sns중에서도 내가 꾸준히 들어가는 sns는 ‘페이스북’이다. 주변에 하는 사람들도 많고 소식도 꾸준히 올라와 습관처럼 들어간다. ‘좋아요’는 일종의 공감 표시다. 또 내가 이 글을 읽었다는 눈도장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그 속에서 관계를 맺고 자신의 관심사를 표현한다. 관심이 생긴 사람의 이름을 검색해 그의 페이스북을 들여다 볼 때도 있다. 그가 어떤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어떤 글을 올렸는지가 궁금하다. 그와 그의 sns는 확실히 동일 인물이다.
한번은 대학생 마케터를 지원하려는데 지원서에 자신이 활동하는 sns 주소 기입란이 있었다. 기업에서도 sns가 지원자를 잘 표현해주는 공간이라는 점을 알고 있고,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 측정하기 위해 넣었다고 판단된다. 소소한 일상만 가끔 올리는 나에게는 적잖이 당황스러운 항목이었다. sns가 어느 정도 자기 홍보의 필수 수단이 되었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바다에 이는 작은 물결이 점점 거세진다. 무방비 상태로 맞았다가는 가라앉는다. 쉽게 앞이 보이지 않고 귀가 막힌다. 땅을 짚기 어려워 허우적대다 보면 얕은 물가에서 눈을 뜬다.
파도의 키를 점점 키워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sns의 파급력을 제대로 이용하는 사람들. 일명 ‘페북 스타’ 페이스북에서 유명해진 일반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들은 연예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sns 안에서 만큼은 스타다. 엄지가 힘이 되는 세상에서 그들은 엄지를 받기 위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공유한다. 수많은 엄지가 일으킨 바람은 파도를 더 크게 만든다. 이를 계기로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고 광고까지 찍는다. 그들의 페이지는 그들이 가진 개성과 끼를 온전히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끼 많은 나를 좀 알아달라고 고래고래 소리치지 않아도 업로드 한번으로 지인, 지인의 지인을 넘어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에게까지 그 목소리가 전달된다.
지원자의 sns가 궁금한 이유 역시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그가 어떤 매력을 가진 사람인지 그의 sns를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더 이상 sns는 개인의 공간이 아니다. 한 여름 파도처럼 사람들의 기대를 안고 점점 몸집을 불려 다가온다. 굳이 책을 쓰지 않고도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고, 음반을 내지 않아도 내가 만든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 공유의 자유로움과 함께 감상의 자유로움 또한 중요하다. 내가 따로 생각하고 찾지 않아도 손가락질 몇 번이면 새로운 창작물을 만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엄지가 가리키는 방향만 바라보다가는 떠밀려나간다. 모두가 자신을 뽐내는 바다 속에서 내가 가진 파도의 흐름을 유지해야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