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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Feb 16. 2019

내가 독립출판물을 읽는 이유

낱낱의 기록 감상글

  읽을 책이 너무 많다.

  제목에 끌려서, 저자의 이력에, 흥미로운 소재라, 이건 꼭 읽어야 하는 내용이라서,

메모해놓고 '읽고싶어요' 해놓은 책만 여러 권이지만 오늘 서점에 가서 고른 책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독립출판물'이다.

왜 독립출판물을 읽을까?

  개인이 책을 만든다. 애초에 작가는 개인이지만, 그 개인에게는 책을 기획하고 교정하고 디자인하고 마케팅까지 여러 사람이 함께한다. 독립출판물은 그것에서 독립된 오롯이 개인이 만든 책을 말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 도움조차 작가이며 편집자이며 디자이너와 마케터를 겸하는 1인이 요청해야만 하는 사항이다.


  혼자 만들었기 때문에 위태롭다고 판단하기에는 섣부르다. 이미 독립출판물로 시작한 책이 출판사를 만나 재출판이 이루어져 있고 어떤 서점에서는 어떤 독립출판물이 내로라하는 기성 출판사의 책보다 인기가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독립출판물을 읽을까?

나는 이러한 이유로 독립출판물을 읽는다.


1. 자기만의 틀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서점에 처음 갔을 때 '이런 책도 '책'이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 서점을 같이 갔던 친구는 시간이 흘러 나도 그런 서점을 차리고 싶다고 말했을 때 '이상한 거 팔던 서점?'이라고 말했다. 아, 누군가에게는 그게 이상해 보였을 수도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들춰보고 싶고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이전에 책은 이래야 한다는 틀을 독립출판물을 보며 깰 수 있었다. 종이라는 물성을 지닌 책은 이렇게도 만들어지고 저렇게도 만들어질 수 있다. 꼭 출판사를 통해서만 책이 나온다는 고정관념이 사라졌다. 고정관념 없는 사람들이 만든 책이니 창의적일 수밖에 없다. 아직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을 모두 섭렵하지 않았지만, 그 책을 미뤄두고 독립출판물을 읽는 건 그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또 이 책들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개인이 제작했기 때문에 출판사보다 소량으로 제작하는 독립출판물은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자기만의 틀로 만든 소량의 책, 이 책을 집에 두고 두고두고 보고 싶다.


2. 필터링 없는 이야기


  독립출판물은 유독 에세이가 많다. 책을 읽는 사람은 준다는데 책을 내고 싶은 사람은 느나 보다. 수많은 책 중에 독립출판물 에세이는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고쳐 쓰고 다시 쓰자고 판단하는 것 역시 작가이기 때문에 무엇인가 왜곡되고 변형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방송을 생각해보면 요즘 1인 미디어가 인기를 끌고 제작자가 늘어나는 것처럼 누군가의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낱낱의 기록을 보는 건 그 사람과 1대1 대화를 하는 것처럼 친밀함이 느껴진다. 책을 고를 땐 제목과 차례 정도를 보고 사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왜 이런 제목과 소제목이 붙었는지, 그리고 이 글이 책으로 나오는데까지 어떤 과정이 담겨있는지 알 수 있다. 결국 책으로 나왔다는 건 그만큼의 고민과 깊이가 있기 때문에 하나의 작품을 매우 친밀하고 가깝게 볼 기회를 독립출판물은 선물해준다.


3. 한 사람의 공들인 작품

 

 누군가 공들인, 대부분 무명인 작가의 책을 읽는다는 건 어쩌면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세상에 읽을 책은 참 많은데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혹 시간 낭비이진 않을까, 망설여질 수도 있다. 충분한 고민의 시간을 거쳐 고른 그 책은 나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었다. 내가 읽는 독립출판물은 대부분 직업이나 여행에 관한 책이다. 직업이나 여행에 관한 책이라면 도서관에 가도 얼마든지, 대형 서점에 가도 얼마든지 있지만, 도서관과 대형서점에 없는 이야기를 독립출판물에서는 들을 수 있다. 


  책은 뚝딱하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또 책을 만들기까지 그 결심에는 수많은 고민이 담겨있다. 그렇게 나온 책에는 그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 독립출판물을 읽는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 이유로 읽은 독립출판물의 감상을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낱낱의 기록 감상글

201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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