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진 Feb 17. 2019

독립 출판의 방향

<저 청소일 하는데요?/ KOPILUWACK 감상글>

#2 두 번째 감상글


저 청소일 하는데요?/ KOPILUWACK/ 리지블루스에서 구매

내용한줄: 청소일을 하는 20대도 있다.

마음한줄: 두꺼워진 새 책으로 또 읽고 싶다.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하나 밝히자면,

나는 송은이와 김숙의 팬이다.


  그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라디오와 방송을 듣고 셀럽파이브와 언니쓰, 더블브이의 노래를 의무적으로 듣는다. 여성 예능인이 설 자리가 턱없이 부족했던 대한민국에 그들이 불러일으킨 바람은 이영자의 대상을, 송은이의 26년 만의 시상식 참석과 수상을 만들어냈다.

   책 감상을 쓰기에 앞서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냐면, 그들의 행보에 대한 송은이의 마인드를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송은이와 김숙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비밀보장>은 B급 감성으로 신선하게 등장했다. 그 기획을 이끌어 간 송은이는 자신들의 목표는 '공중파 입성'이라고 밝혔는데, 그 말에서 머리가 띵해졌다. 아마도 그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의 팬이라면 그 B급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공중파에서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꺼낼 수 있고 필터링 없는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 들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정작 그 웃음을 선사하는 사람은 공중파에 가고 싶어 한다. 배신감을 느낄 필요 없다. 그래야지 송은이와 김숙을 오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셀럽파이브 음원 제작도 크게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송은이는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이 많기 때문에 방송 일을 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지속해서 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큼 복된 일이 있을까?


  가끔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돈이 되는 일이었다면, 수학과 과학을 좋아해 이과를 선택했고 공대를 갔다면, 게임을 좋아해 게임 쪽 회사를 희망했다면, 뭐 이런 부질없는 생각 말이다. 얼마 전 간 오키로북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니나의 방 전시에 니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노트가 있어 내 고민을 적어 두었다.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한데 돈이 없다!' 물론 돈이야 어떻게든 벌면 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해서도 돈이 벌려야 하니까 그 일을 해도 되는지 그런 고민을 적었다. 앞서 적은 사람들의 고민을 훑어보니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코피루왁 작가님은 좋은 본보기가 된다.

  

  우선 <저 청소일 하는데요?>는 2018년 동네책방에서 뽑은 올해의 독립출판 도서로 선정된 책이다. 2018년도에 올해의 독립출판으로 선정된 이 책은 2019년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판을 하게 된다. 30페이지 가량 되는 분량에서 200페이지로 훌쩍 살을 찌우고 표지도 바뀌었다. 그렇다고 다른 책은 아니다. 내가 읽은 건 독립 출판으로 제작된 책인데, 만화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책 따위 안 만들어도 되지만,/김은진>에 실린 인터뷰 덕분에 이 책을 알았다. 리지블루스에 놓인 책을 보고 내용이 궁금해 안 살 수가 없었다. 인터뷰에서 작가님은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 진행한 책 만들기 워크숍을 통해 책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스토리지북앤필름의 워크숍 중에서 마이리틀북샵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당시 같이 들었던 수강생 중에 얼마 지나지 않아 책방을 차리신 분이 계시다. 꿈꾸고 있는 일을 해내는 사람을 보며 언젠가 꿈을 이룰 날을 상상해본다. 서점은 누군가 간직하고만 있던 꿈을 끄집어 내주는 역할을 한다. 서점에서 산 책이, 서점에서 진행하는 모임들이 그런 일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저 청소일 하는데요?>은 그 제목 뒤에 '...그래서 불만 있으세요?'라는 뒷말이 붙을 것만 같지만, 책을 펼쳐보면 작가의 밝은 기운이 딴지 거는 이들로부터의 전투태세를 풀게 만든다. 이 책은 4년 동안 청소일을 하며 생긴 에피소드를 만화로 풀어내었다. 책을 읽으면서 '청소일'에 대한 작가님의 태도가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했다. 작가님은 청소일에 장단점이 있지만, 어느 순간 단점에만 집중해 상담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청소일이 뭐가 어때서요.'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공감이 갔다.

  작가님과 청소일을 함께 한 동료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 동료는 바로 작가님의 어머니이다. 아마도 작가님이 청소일을 4년 동안 할 수 있었던 힘은 누군가의 따가운 시선보다 따듯한 어머니의 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청소일을 하고 그림도 그리는 한 사람은 청소일을 하고 그림도 그리는 작가로 책을 내었다. 독립 출판과 정식 출판 중 어느 것이 좋고 나쁨을 가릴 수는 없겠지만, 앞서 말한 송은이의 공중파 입성 이야기처럼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수 있게 독립출판물이 더욱 여러 서점에 놓인다는 일은 응원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좀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사고 그다음 책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그럼 우리는 좀 더 다양한 책을 어느 서점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낱낱의 기록 감상글 20190217


작가의 이전글 독립출판 왜 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