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푸드
하루하루 끼니를 때우는 게 걱정이다.
하는 일 도 없는데 어떻게 때마다 배에서 신호가 오는지. 그래, 반찬도 떨어졌고 편의점 도시락은 정이 안 간다. 그런데 배는 고프다.
‘배달이라도 시켜먹을까?’
외식에 돈을 많이 쓰지 않으셨던 어머니는 아주 가끔 찬이에게 저녁 결정권을 주시곤 하셨다. 특히 배달 음식을 시켜먹을 때 보는 배달 책자 속 먹을거리는 찬이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지만, 그 중에도 예외는 있었다.
그 음식은 바로 ‘치킨’.
어머니가 외식을 잘 안하는 이유가 있었다. 저녁을 하기 귀찮으실 때나 오늘 팔 닭이 남았을 때 순서는 상관없었다. 저녁밥을 짓기가 귀찮았는데 마침 닭이 몇 마리 남았거나, 덩그러니 남아 있는 닭을 보자니 저것들을 다 먹어버려야 오늘 장사가 끝나겠구나, 하는 생각들이 머리 속에 남아 있을 때, 저녁 반찬은 통닭이었다.
그런데 그 통닭이 먹고 싶다.
하도 먹어본지 오래돼서 그런 건가, 아니면 어머니가 해주셨던 옛날 통닭이 그리운 건가. 괜히 어머니 생각을 하니 또 원망스럽고 그립고 더 배가 고파졌다. 힘이 쭉 빠지는 기분에 다시 배달 책자를 들여다보며 어느 치킨집에 닭을 시킬지 잠시 고민했다. 선택은 금방이었다. 이왕 몇 먹어보지 못한 브랜드 치킨을 먹는데 괜한 도전 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TV에서 매일 광고하는 치킨은 입에 대지도 않을 거 같은 예쁜 누나가 그리 맛있다고 말하는 치킨을 시켜 먹어보자. 익숙하지 않은 전화번호를 누르며 해야 할 말을 되새겼다.
'금호빌라 149-17번지 203호요. 양념 반 후라이드 반해서 한 마리 갖다 주세요.’
오랜만에 걸어보는 배달 전화에 괜히 말실수라도 할까봐 이 말을 마음 속으로 곱씹으며 전화를 받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광고를 하는 예쁜 누나의 목소리만 맴돌고 점원의 목소리는 끝까지 들리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채 넘지 않은 시간이었다. 너무 이른 시간이었나? 이 시간에 문을 여는 치킨집이 어디인지 찬은 몰랐다. 오늘은 꼭 치킨을 먹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어머니도 닭 손질을 정오 때까지 마치시고 점심시간 쯤 문을 여셨다. 그래도 오후 때까지 손님은 별로 없었고, 저녁이 돼서야 닭이 팔리기 시작했다.
‘다른 치킨집들도 그때쯤이면 문을 열겠지,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고픈 배를 잊을 겸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찬은 문득 어머니가 잘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해 어머니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들여다본다. 문자나 통화는 전화가 많이 든다고 톡으로 연락을 하라고 말씀드렸지만, 어머니에게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걱정되는 마음이 컸지만, 다행스럽게도 어머니의 카톡 프로필 사지는 시시각각 바뀌었다. 그걸 보며 찬은 어머니가 어딜 가셨는지, 무얼 먹었는지 알 수 있었다. 오늘도 사진이 바뀌었다.
‘여기가 어디더라.’
한번 쯤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성당이다.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여기가 어디인지 물어나 볼까. 하다가 찬은 핸드폰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