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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Jun 25. 2019

만약에 최애가 내게 말을 건다면?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 5 - 레이첼, 잭, 애슐리 투

누구에게는 최애가 있다.


나의 최애는 트와이스 채영이다. 가까운 동료는 BTS 정국이, 막례쓰에게는 나훈아가 최애다. 최애의 목소리로 소통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이 나온다면 안 살 이유가 없다.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이야기하고 고민까지 들어주는 완벽한 나의 친구! 레이첼의 최애는 애슐리 O. 애슐리O의 모습을 본떠 만든 애슐리 투가 세상에 나오고, 레이첼은 애슐리 투와 진짜 친구가 되어간다. 하지만 로봇의 숙명은 사용자가 전원을 키지 않으면 잠들어 있어야 하는 법, 애슐리 투는 한동안 잠들어 있다 감전된 듯이 깨어난다.


애슐리 투가 아닌 애슐리O의 목소리로 깨어나는 레이첼의 애슐리 투.

다소 거친 말투지만, 그게 진짜 애슐리의 모습이다. 쉬림프 타코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애슐리는 애슐리 투여도 마찬가지이다. 잠들어 있는 애슐리를 구하러 가는 레이첼, 잭, 애슐리 투. 최애를 구하러 최애와 함께 최애의 집에 가는 레이첼의 심정은 어떠할까. 가는 내내 꿈이라는 생각을 몇 번은 했을 것이다.



나에게는 수많은 최애가 있었다.

트와이스 채영 이전에는 99%가 남성이었는데, 그들은 필연적으로 날 실망시켰다. 마약, 폭행, 성범죄, 욕설, 태도 논란 등 여러 불미스러운 이유로 '탈덕'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나 싶었지만 그들이 문제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말 나 빼고 모두 마약하는 세상. 아티스트 애슐리O에게도 쉽게 마약을 권유하는 소위 검은 조직의 모습은 우리나라 연예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다행히도 애슐리O는 그러한 유혹에 빠지지 않았고, 똑똑한 애슐리 투의 '애슐리잘알' 덕분에 애슐리는 깨어나 힙스터로 재탄생한다. 이때 잭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과 실망한채로 공연장을 나가버리는 레이첼의 모습이 매우 대조적이다. 애슐리O를 좋아하던 동생을 그저 한심하고 걱정되게 바라보던 잭이 애슐리와 함께 무대에 오른 것이다. 그에 반해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가 아닌 장르의 노래를 부르는 애슐리를 보고 나가버리는 레이첼을 포함한 애슐리O의 팬들. 그 산전수전을 겪고도 최애는 바뀌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무대에 열광하는 팬들이 있다. 한 번 최애가 있던 사람들은 또다시 최애를 만난다. 맞딱드린다는 게 더 맞는 표현같다.


이전에 보았던 블랙미러의 찝찝함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 고민에 대한 답으로 긍정적인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싶다면 블랙미러 시즌 5 3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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