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진 Jul 14. 2019

우리 가족은 넷플릭스를 본다

부제: 기묘한 이야기 최애 캐릭터는 누구?

  우리집은 넷플릭스를 티비로 본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아빠의 욕심으로 바꾼 TV. 큰 티비로 교체하면서 셋톱박스는 작아졌고 리모콘이 바뀌었다. 바뀐 리모콘의 가장 큰 특징은 Netflix 버튼이 생겼다는 점. 그 시기에 맞추어 브런치 이벤트에 당첨된 나에게는 넷플릭스 3개월 이용권이 생겼다. 넷플릭스를 이용하다 넷태기(넷플릭스 권태기)가 찾아와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던 중 딱 보고 싶은 콘텐츠가 많아진 지금 이용권이 생긴 것이다. 안 그래도 다시 결제하려고 했는데, 마침 잘 됐다. 4명까지 이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이용권이라 호의를 베풀고 싶은 3명을 생각했다. 함께 넷플릭스를 보자며 이용권 구매를 예정하고 있던 동기이자 동료 a, 넷플릭스 콘텐츠를 좋아할 것 같고 나와 말이 잘 통하는 죽마고우 b, 그리고 나머지 c는 집. 사정상 주말에만 집에 가는데, 엄마와 아빠는 넷플릭스 무료체험 1개월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한달이 지나면 결제를 해야한다는 걸 알고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계정 하나를 '집'으로 만들어 놓고 엄마와 아빠에게 보라고 권유했다. 처음 취향을 고를 때 일부러 한국 영화 위주로 골라놓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집에 가서 엄마에게 넷플릭스 잘 보고 있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오뉴블 아니? 그거 아빠가 알고 있더라, 여자들 많이 나오는 거.

 

 이럴수가, 나도 아닌 아빠가 엄마에게 오뉴블을 영업했다. 정작 나는 오뉴블을 1화만 살짝 보고 아직 정주행을 하지 않았는데... 넷플릭스의 침투력은 어디까지인가. 미국의 젊은 세대를 넘어 한국의 중년을 사로 잡다니. 그날 처음으로 모던 패밀리를 큰 화면으로 엄마와 함께 봤다. 시즌 9를 보는 중이라 이해가 안 가면 어쩔까 대가족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다행히 어느 부분에서 엄마는 빵 터졌다. 중학생 때 컴퓨터로 은밀하게 보던 모던 패밀리를 당당하게 스트리밍 서비스로 보는 걸로 모잘라 거실 티비로 보는 세상이 왔다니!


  그리고 기묘한 이야기 시즌3. 솔직히 말하자면, 기묘한 이야기를 보진 않았다. 오뉴블도 안 봐, 기묘한 이야기도 안 봐. 그렇다. 나의 취향은 코믹이다. 모던 패밀리, 프렌즈, 언브레이커블 키미슈미트 등 러닝 타임 짧고 웃기는 이야기들. 기묘한 이야기와 취향이 맞는 부분은 어린 아이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비록 시즌1에서 바로 시즌3을 봤는데 그 사이 아이들이 엄청 커버렸지만 말이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1은 엘(일레븐)의 이야기와 음모가 궁금해서 끊지 못하고 순식간에 정주행했다. 거기에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코믹한 포인트도 종종 나왔다. 캐릭터로 말하자면 더스틴. 초반에는 단순히 먹보 캐릭터인줄 알았는데 똑똑한 먹보였다. 침을 묻여 하이파이브를 하는 조나단에게 질색하며 침을 닦는 부분도 내가 꼽은 킬링파트다. 시즌 2는 가뿐하게 스킵. 어떤 내용인지 대충 파악했고 감사하게도 시즌3 앞에 5분 가량 요약이 있어 가능했다. 이번 시즌에서 찾은 웃기는 캐릭터는 조나단의 동생 에리카다. 덕후가 아닌 척하는 귀여운 덕후. 조금은 비아냥거리고, 아이라 현실감 없는 그 말투가 정말 중독적이다. 오빠는 엄청나게 현실적인 캐릭터인데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파티 걱정이라니.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이 친구도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한입만!'을 외치는 어린 진상 고객인줄 알았으나, 셋 팀으로 나뉜 이번 시즌에서 가장 눈에 띄게 활약한 친구가 아닌가 싶다. 심지어 나의 시즌 1 최애 캐릭터 더스틴과 함께 활약하는 에리카. 이 두 조합 찬성합니다! 이 둘은 약에 취한 로빈과 스티브을 이끌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역시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10대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1과 시즌3를 본 입장에서 엄마에게 함께 보자고 하긴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괴물들의 CG가 너무 적나라하다는 점. 하지만 또 한 번의 반전으로 엄마와 넷플릭스 대화를 나눈다면, 기묘한 이야기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지도 모른다. 내가 웃긴 친구들에 반했다면, 엄마는 부당한 처우를 당하는 낸시와 엘의 취향을 찾아주게 하는 맥스의 우정에 더 감동할지 모른다. 변해가는 플랫폼 속에서 무어라고 단정하기 점점 힘들어진다. 엄마의 취향이 아침 드라마가 아닌 오뉴블일 수 있다. 우리 가족은 넷플릭스를 본다.

작가의 이전글 만약에 최애가 내게 말을 건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