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으로 간 요가

컵쿤 치앙마이 3 - 원님만 무료 요가

by 진진

님만해민 원님만 쇼핑몰에서는 무료 클래스가 열린다. 탱고, 스윙, 살사 같은 춤 클래스는 저녁 시간에 열리고 아침에는 요가 클래스가 열린다. 탱고의 맛을 본 뒤로 춤은 내 입맛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요가는 두 달 정도 배운 적이 있어서 부담 없이 갈 수 있었다. 다만, 아침 9시 반 시작이라는 점이 걸렸다. 여행을 하면서 10시 전에 일어난 적이 없었고 전날 반캉왓을 갔다 와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친구 한 명은 애저녁에 가지 않겠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간다고 했다. 요가를 가자고 부추긴 건 나인데 아침에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아 일단은 가지 않겠다 하고 잠을 잤다.
잠에서 자꾸만 깼다. 기분 나쁜 꿈을 꿨다. 언제가부터 꿈은 나의 심리 상태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그 꿈들은 상징적일 때가 대부분이었지만, 어쩔 때는 너무나도 직설적이어서 돌이켜보았을 때 헛웃음이 날 정도였다. 난처한 상황에서 어찌하지 못할 때 꿈에서 깼다. 새벽 4시쯤 깨서 알람을 다시 맞췄다. 요가에 갈 수 있게 8시 반으로. A와 B 사이에서의 고민과 그 선택에 따른 부담감이 요가를 다녀오면 어느 정도 사라져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눈이 떠지지 않으면 가지 않기로 하고 눈을 감았다.
눈이 떠졌다. 어차피 설친 잠이니 일찍 일어나도 괜찮다. 친구에게 요가를 간다고 전하고 조금 서둘렀다. 원님만에 도착하니 역시 1층에는 아무도 없었다. 3층으로 올라가려는데 벽에 기대 있던 남자가 매트는 저 쪽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매트의 상태가 깔끔해서 기분이 좋았다. 아까 그 남자가 3층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알려주어서 컵쿤카했다. 3층에 올라가니 사람들이 꽤 차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빈자리에 앉았다가 거기가 맨 앞자리인 걸 알고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달 동안 요가에 다니면서 배운 건 선생님의 자세가 보이지 않을 때를 대비해 고수 수강생 근처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맨 앞에 있으면 보고 따라 할 수가 없다. 적당히 시작 전부터 몸을 격하게 푸는 분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요가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았다. 따라 하려면 따라 할 수 있을 정도. 하지만 나 혼자 따라 하지 못해서 가만 무릎을 꿇고 있었던 적이 있다. 그래도 탱고처럼 도망치지는 않았다. 끝까지 호흡을 고르고 눈치껏 동작을 따라 하면서 요가를 마쳤다. 요가를 하는 동안 내 호흡이 내 귀에 느껴질 정도로 크게 숨 쉬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 자동이던 숨 쉬기를 나의 의지에 따라 하는 느낌이 좋다.
요가를 마치고 친구와 악몽을 꾸게 한 그 갈림길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적의 논리를 펼치며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누군가에게는 민폐를 끼치는 일이라면 나와 가까운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는 쪽이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선택을 내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더는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고민이 꼬리를 물 때, 꿈으로도 나를 괴롭힐 때 호흡과 내 몸 하나하나를 느끼는 요가를 해보는 것으로.
요가를 눈치껏 따라 하게 해 준 선생님과 고수 수강생들 컵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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