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던 짓을 하기 시작했다_1

1. 옆집 사람을 알게 되었다.

by 김이나

회사를 이직하면서, 조금이라도 회사랑 가까운 곳에 살아야 아직 어린 아이들 케어에도 좋을 것 같아서 연고도 없는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우리는 2028년에 입주할 아파트가 예정되어있어서, 이곳에서는 그 전까지만 사는 걸로 계획했다. 아파트 환경, 주변 인프라 등 모든 조건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다시 떠날 동네라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나는 그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고 오로지 우리 가족들만 보며 살았다.


안하던 짓 1번, 가장 큰 변화는... 옆집과 드디어 교류하기 시작했다!

옆집에는 누가 사는지 정도로만 알았다.

출퇴근길에 간혹 마주치면 인사하는 정도였다.

옆집은 우리 첫째아이보다 한 살 어린 아이가 있었고, 작은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다. 우리집도 개를 키우고 있어서, '아 우리집이랑 비슷하구나~' 정도로 알고 지냈는데, 어느순간 옆집 아줌마(?)를 마주칠 때마다 자꾸 집에 놀러오라고 하셨다.


'아이들도 비슷한 또래인데, 한번 놀러오세요'

'둘째가 아직 어리긴한데,,, 바로 옆이니까 낮잠잘때 놀러오세요'


음...진짜 놀러가볼까?

근데 내가 옆집아줌마 번호를 아는것도 아니고, 무작정 띵똥- 할수도없고..망설이기만 했다.

그러다가,

'다음에 마주치면 일단 번호를 물어보자!'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주칠때마다

- 내가 누구랑 통화중이거나

- 아줌마가 누구랑 통화중이거나

- 아이가 쉬마렵다고 해서 빨리 집에 가는 중이거나

- 둘째 아이 재워놓고 나왔는데, 홈캠으로 보니 깨서 울고 있는 상황이라 마음이 급하거나

기타등등으로 후다닥 인사만 하고 헤어지게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렸다.

옆집 아줌마였다.

나중에 말씀하시기로는, 내가 절~~~~대 먼저 노크 안할 것 같아서, 본인이 먼저 문을 두드렸다고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아줌마 집에도 놀러가고, 장난감도 교환하고, 같이 아이들이랑 키즈카페도 가면서 교류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집 개 털이 너무 많이 빠져서,,,, 조금 덜 빠지는 시기가 되면 우리집도 한번 초대하려고 한다.


나에게는 엄청난 변화였다.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심심함과 지루함, 그리고 우울함의 경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우울증인가? 쉽게 판단할수 없었고, 병원 예약은 해 두었지만 아직 진료는 받지 않았다. 처음 겪어보는 이런 감정들에, 내가 무엇을 해야 이 기분이 나아질까 늘 생각했고, 그 '무엇'은 결국 찾지 못한채 안하던 짓을 한두개씩 하고 있었다. 우울감을 느끼고, 이 감정을 극복하기 위한 이 글 연재도 '안하던 짓' 중 하나이다.


옆집과의 교류는 상상할 수 없었다. 나는 MBIT E 지만, 아는 사람들 속에서나 E지,,, 다른데 가면 극 I로 바뀌어서 별로 모르는 사람과 섞이는걸 싫어한다. 오죽하면 첫 출근하는 날, 모르는 사람 속에 가야한다는 압박감에 정말 토하기 직전까지 갔었다.


몇일 전 우리집 문을 쾅쾅 두드려준 옆집 아줌마는,

마치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것 같았다.

- 혼자가 아니니 우리 같이 대화해요

- 같이 밥먹고 같이 이야기해요

- 힘든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해요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거는것 같았고, 그 노크소리에 눈이 번쩍 띄었다.

얼마전 새해가 되는 날, 아줌마가 메세지를 보내주셨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과일은 맛있게 먹겠습니다,, 올해 용기내 한일 생각해보면 그중하나가 OO이네 문두드린거네요. 아이도 또래이고 옆집인데 친해지고 싶었거든요! 언제든 편하게 집에 놀러오시고 OO이 맡길사람없거나 급할때 부담갖지말고 말씀해 주세용~ 어디든 비빌구석이 있다는게 맘이 편하잖아요ㅎㅎ 올해도 엄마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곳에서 2년을 넘게 살았는데, 내 마음에 문을 닫는사람은 다른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져서 눈물이 살짝 고였다.

(광광 운 정도는 아니고,,,)

이 사건(?)을 계기로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함께 사는 세상 - 또 누가 나와 손잡고, 나를 이 감정 밖으로 끌어내 줄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