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하면... 일단 예약을 했다.
나는 과거에 사회복지사이자 임상심리사로 활동했다.
주로 저소득, 차상위, 한부모가족 등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이 이용하는
심리상담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를 했는데,
심리정서지원서비스와 사회복지서비스를 다각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더 쉽게 위기에 빠질 수 있는 클라이언트들을 지원하곤 했다.
그때 내가 가장 어려웠던건, 부모님들이 아이의 상태를 인정하게 하는 것.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처방을 동시에 받으면 훨씬 더 좋아질 것 같은데 부모님들은 아이의 상태를 인정하지 못하셨다.
'우리 애가 어때서요'
'그 선생님들보다 제가 더 아이를 잘 알아요'
심리상담과는 다르게 의료기록에 F코드가 남는 정신건강의학과,
그리고 과거 '정신병원' 이라고 불렸던 시대에 살던 부모님들은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은 내 자식을 절대 그런 곳(?)에 보내고 싶지 않았으리라
이번에 우울한 감정을 겪으면서, 내가 그 부모님들이 된 것 같았다.
우울증은 마음에 걸린 감기라면서, 병원에 가기는 왠지 꺼려졌다.
괜히 나중에 보험가입 등 불이익 생길 것 같고, 괜히 나중에 회사에서도 말 나올 것 같고...
그리고 왠지 내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보다 나를 잘 안다는 착각속에 있었다.
내가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정신건강의학과를 갈 순 있어. 하지만 난 임상삼리사로 누구보다 내 마음을 잘 알아'
'나 이미 임상심리사인데, 나한테 심리평가를 할 수 있겠어?'
'약 처방 하겠지, 근데 난 안먹을거야'
그러다가 문득, 지난 밤 남편이랑 크게 싸우고 갈곳이 없어 헤매던 밤...
이 집엔 내가 갈 곳이 없었다.
안방은 신생아인 작은 아이가 자고있고,
작은방엔 큰 아이가,
서재방엔 남편이,
결국 난 거실인데.. 거실은 너무 공동의 공간이었다.
이 집에 나를 위한 공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그제야 비로소 내가 갈 곳은 정신건강의학과 라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입원을 말하는게 아니다)
그곳에 가면, 내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지고 나를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을것만 같았다.
연 초에, 국가건강검진에서 실시한 우울증 검사에서 고위험군 소견이 나온것이 생각났다.
건강검진 병원에서 안내하기로는, 국가검진에서 우울증 고위험 소견자는 의원급 병원에서 진료시
건강보험공단에서 최초 진료비 1회, 검사료 1회를 지원한다고 했다.
바로 인근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 전화를 돌려 문의를 했다.
한 6곳 정도 문의를 했는데, 이 제도에 대해서 아는 병원은 없었다.
"저희는 그렇게 운영안하는데요"
"무슨 서류가 필요하신건데요?"
"잘 모르는데요"
결국 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걸어, 집에서 가까운 건보공단 지사의 담당자로부터 설명을 제도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는데, 설명인 즉슨
'시행중인 제도가 맞으나, 아직 잘 홍보가 안되어서 병원에서 모를 수 있다'
'위 제도에 따라 운영하는 병원이라면, 병원에서 알아서 공단에 비용을 청구하게 되어있으니 환자가 부담할 비용이나 환자가 진행해야할 서류과정은 없다'
다시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기 시작해서, 위 제도를 알고 있는 곳을 하나 발견했다!
다만, 이 제도에서 지원하는 것은 '진료비'와 '검사료' 인데,
우리가 납부하는 병원비를 구성하는 항목 중, 딱 진료비/검사료만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외에 납부하는 기타잡비는 어쨌든 환자가 부담해야하고
따라서 원래 초진비가 한 5만원선인데, 위 제도 적용시 약 2만원 정도는 내야한다고 한다.
음...대충 이해가 되었다.
진료비세부내역서 떼면 나오는 수많은 비용 항목중, 딱 진료비/검사료 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내가 낸다고... 음...설명이 합리적인데?
그리고 그렇게 설명해주는 병원이 거기밖에 없어서, 일단 예약을 했다!
예약이 꽉 차서 ,, 약 3주 뒤로.
휴
산넘어 산이였다.
그래도 산 하나를 넘었다.
병원에 가기까지 이제 약 2주 정도 남았는데
과연 나는 예약날 병원에 갈까? 아니면 그전에 취소할까..아니면 노쇼를 할까
나도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하다.
계속 기록해봐야지
나의 우울증 극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