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 (2회기)

과거에 나와 마주하다

by 김이나

심리상담의 전형적인 패턴을 따라가고있다.


첫 회기에서 현재 나의 불편한 점,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에 대해 나누었고

2회기에서는 과거의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의 나와 마주하는 시간은 종종 가진적이 있었다.


약 15년전,

칠레에 시골마을에서 6개월정도 살게 될 일이 있었는데

그땐 스페인어 못할때라 말도 안통하고 친구도 없고, 즐거운 일이 없어서

내가 믿는 신께 의지하며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정말 지독하게도 가졌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나와 마주하는 그 시간은 내 진로를 탐색하고 능력치와 현실적인 여건 등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약 7년전 쯤

다른 국가에서 살게 될 일도 있었는데 그때에도 나에 대해 깊이 탐색하곤 했다.

그때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를 주로 생각했던것 같다.

'생명을 살리는 사람' 이라는 인생 모토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사람이 될지 (직업말고 사람)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과거의 나와 마주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2회기 상담에서, 상담사의 대화 주도로 나는 과거의 어린시절 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떠올리게 되었고

그때 느낀 주된 감정은 '짠하다' 였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지날 떄 쯤, 인생에 있어서 큰 결정을 많이 해야하는 시기였는데

나는 믿을수 있는 의지할만한 어른이 주변에 없었다.

부모님이 물론 계셨지만, 내가 어린 시절부터 맞벌이를 하셔서 바쁘시기도 했고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부모님에게 정서적으로는 의지하지 않게 되었다.


관계가 안좋았던것이 아니다.

부모님의 시대에는 누구나 열심히 살면 중산층에 들어갈 수 있는 단순한 시대였지만

앞으로 내가 살아갈 시대는 너무많은 다양성이 공존하기 때문에 단순히 부모님처럼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것으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물론 지금도 부모님의 인생을 존경한다.

우리 아빠는 아직도 '불알 두쪽 차고 서울로 올라갔다' 는 말을 가끔 하시는데,

그정도로 없는 형편에, 그 시대에 많은 교육을 받지 못하셨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면서 본인은 희생하고 나와 오빠를 훌륭하게 키워내셨다.

누구보다도 성실하였던 두 분이다.

하지만 당신들의 삶에 대한 존경과, 앞으로 내 미래에 대한 의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래서 학창시절과 사회초년생에게 필요한 정보력은 부모님보다는 내가 빠르고 정확하다는 판단을 했고, 그런것들을 부모님께 의지하기보다는 주변의 선배들, 목사님, 교수님 등 나 나름대로 믿을만한 어른들을 찾아 다녔던것 같다.


아주 바쁘게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정보를 얻고, 그 정보로 인생에 필요한 판단과 결정들을 하고,

그 시절 나를 떠올리니 '짠하다' 는 감정이 들었다.

남들은 부모님이 오스피텔 자취방도 계약해 준다는데, 나는 내 발품을 팔아 집을 알아보고 혼자 계약을 했다. (어린시절 겁도 없이 몇 천만원짜리 대출을 받아 전세계약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학기 초, 새노트와 펜, 학용품 등을 사면서 손을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난다. 돈이 너무 없어서.

청약저축을 20대때부터 해야한다고들 해서, 없는 용돈을 쪼개서 2만원씩 넣기 시작했다.

과외, 치킨집, 카페 등 각종 아르바이트도 대학 4년 내내 쉼 없이 했다.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서가 아니라,

남들 다 이렇게 사는줄 알았다.

필요할때마다 용돈을 달라고 하면 주셨지만, 달라고하면 안되는 줄 알았다.

차라리 빨리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싶었고, 경제적 독립을 하려면 정서적으로도 먼저 독립해야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으로는,

그렇게 살았으니 지금의 내가 있는것이고,

나도 내 아이들을 독립심 강하게 이렇게 키우고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과거에 혼자 동분서주하며 살아왔던 나는

나이 마흔을 앞둔 지금 너무나도 지쳤고,

그래서 남편한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집 문제 (청약, 중도금, 대출 등)

차 (명의, 세금, 각종 정비 등)

노후 대비 (투자, 퇴직연금 등)

모든걸 남편이 한다.

최근까지는 생활비도 남편이 관리했고, 남편이 집에 필요한걸 모두 사왔다.

나는 마트에 가면 가격을 보지 않고 산다.

비싸도 사야하는 생필품이니, 그냥 산다.

그래서 아직도 물가에 대해 잘 모른다.

쌀? 얼마하는지 모른다. (남편이 사서 + 나는 가격안보고 사서)

고추장, 된장, 칫솔 이런거 얼마하는지 잘 모르고 살고있다.

뭐랄까... 남편한데 의지해서 좀 편하게 살고 싶어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 심리상담을 받게되면, 부모님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도 다뤄보고 싶었다.

남들은 '엄마'만 생각하면 눈물 버튼이고

애기낳고 효녀가 된다는데, 난 딱히 그런게 없다.

인스타그램에서 부모님 콘텐츠가 나오면 나도 슬프고 운다.

하지만 그건 그 콘텐츠가 슬픈거지,,, 내가 막 엄마한테 애틋하고 그런게 없다.


상담사님께 말씀 드렸더니

어린시절 부모님께 정서적으로 의지하지 않았던(못했던) 것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면서

앞으로 남은 회기동안 이런것도 탐색해 보기로 했다.


어린 시절 나와 부모님과의 정서적 관계,

내가 누구에게 의지하며 살아왔는지,

그 삶이 지금의 성취중독 성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오...재미있다...

신기하다.

다음 상담도 기대된다.


(근데 숙제로 뭐 생각해보고 오랬는데 까먹음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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