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발렌시아 기차역

보고싶었어, 어서와

by 김이나

스페인 발렌시아 기차역은 생각처럼 신식은 아니였다. 도시 규모에 비해 역은 작았고, 약간 컨트리사이드의 시골 느낌도 났다. 플랫폼도, 역사 내부도 생각보다는 작았다. 내리는 사람도 적고, 타는 사람도 적은 조용한 기차역이었다. 발렌시아에 오기 전,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같은 큰 도시를 거치며 인파에 치여 조금은 지쳐있었다. 기차가 역사 안으로 진입할 때 부터, 알 수 없는 노곤노곤함을 느낀 기억이 난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내 몸집만한 빨간 캐리어를 이끌고 나갔다. 그 곳에는 연한 노란색의 폴로 셔츠를 입고 노란색 프리지아를 한 다발 들고 서있는 그가 있었다.

'보고싶었어, 어서와'

그 뒤로 나의 발렌시아 기차역은 노란색 기차역이 되었다. 층고가 높은 기차역에서 느끼던 살짝의 싸늘함, 하지만 역사 밖으로 나왔을때 맞이한 따스한 햇살이 아직도 생생하다. 친구들과의 텐션높은 열 흘간 여행의 끝자락, 광장에서 담배 한대 피우며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바르셀로나에서 발렌시아까지 Renfe(스페인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기차를 타기 전, 친구들과 스페인 여행을 약 10일 정도 신나게 즐겼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연차를 오래 낼 수 없어 이제 귀국해야했고, 해외가 일터였던 나는 비교적 유연한 휴가 문화 덕분에 더 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친구들을 마중하고, 나는 발렌시아로 향했다.


지구 반대편에 살았던, 보고싶었던 이가 있었다. 우리의 중간은 유럽. 유럽에서 만나자! 내 경우에는 오랜만에 한국 친구들도 만날 겸, 겸사겸사 잡은 휴가였지만 그에게는 오로지 나 만을 위해서 유럽으로 와야했다. 경비, 시간 등등 모든게 부담이었을텐데 감사했다. 그는 내가 노란색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종종 노란색 니트를 입었고, 노란색 리본이 달린 머리핀이 많았다. 그리고 노란색 디자인이 입혀진 파인애플맛 콤부차도 좋아했다.


발렌시아에서 다시 만난 우리 둘. 스페인어도 못 하는데 어떻게 샀냐는 질문에, 무작정 구글에서 꽃집을 찾았고 어찌저찌 아주머니 한 분이 하는 노상 꽃집을 찾았단다. 그리고 손짓 발짓 하며, 노란색 꽃 한 다발을 샀는데 이게 비싼건지 싼 건지도 모르고 무작정 사서 기차 시간에 맞추어 왔다고 한다. 그날의 노란색 프리지아 꽃잎은 내 다이어리 속에 담겨서 몇 개 국을 거쳐 한국까지 왔고 약 4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집 책장 한켠에 고이 모시고 있다. 그리고 그날 나에게 노란색 발렌시아 기차역을 선물한 그는 지금 옆 방에서 두 살 아들을 재우며 잠들어있다. 가서 사랑한다고 고백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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