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온거니?

생각만 하면 눈물부터 나는

by 김이나

24년 4월, 임신을 했고 5월에 유산을 했다.


표현하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첫째만큼 잘해주지 못해서 그랬을까,

아니면 초음파 사진을 잘 정리해주지 않아서 서운했을까

임신 초기부터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그랬을까, 아니면 큰 병원에 다니질 않아서일까

아니면 하루 한잔은 괜찮다고 커피를 많이 마셔서 일까..

끊임없이 자책했다. 밤에 누우면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잠도 안왔다.

왜 이런일이 있는지 도통 이해가 안됬다.

몸이 점점 회복되면서, 점점 멘탈은 약해졌다.



유산을 하고, 다시 임신을 준비했다

생리3번 후 임신시도 할 것.

주치의의 말대로 생리3개월 쯔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너무 자만했을까, 바로 생길줄 알았는데..임신이 안됬다..

배란테스트기, 배란초음파, 과배란유도제, 난포터지는 주사까지..

작은 병원에 다니다가, 큰 병원의 난임센터로 갔다.

이것저것 검사를 하니 '난소 나이가 많다'며, 바로 시험관을 권했다.

생각도 하지 못했다.

우리 부부는 젊고 건강했다. 비록 내가 유산을 했지만, 유산은 엄마의 잘못이 아니라며

근데 왜 내 난소나이는 많은거고 왜 시험관을해야하지?

설상가상으로 임신전 피검사에서 갑상선 수치이상이 나와서 내분비내과까지 다니게되었다.

한달 정도의 시간을 헛으로 보내고, 시험관을 결심했다.


우연히 대화를 나누던 회사 선배 두 명이 시험관으로 아기를 가졌고

가깝게 일하는 선배의 와이프도 최근 유산을 했는데 알고보니 시험관으로 했다고...

이 선배는 동결배아가 더 있어서 다음주에 2차 동결이식을 준비하고 있단다,

아, 다음주면 나도 생리주기니까...나도 그럼 용기내서 시험관 해봐야지..

괜히 누가 옆에서 한다니까 나도 용기가 생겼다.


난임부부지원을 받기 위한 각종 검사와 증명서들을 준비했고

빨리 생리가 터지질 기다리고 있었다 (시험관 주기는 생리2-3일째부터 가능)

그러다가 어느날, 남편이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임테기좀 해봐"

역시나 한줄이였다. 임테기를 화장실에 그대로 두고, 첫째 아이 등원을 다녀와서 버리려고 봤는데


어...? 두줄인가..?

연하긴한데... 두줄 맞다..


다음날, 두 개의 다른 임테기를 해보니 둘다 역시 두줄이다..

유산 경력이 있는터라, 급하게 다시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했다.

임신호르몬 수치는 29.

낮은 편이지만, 아직 마지막 생리일로부터 24일밖에 안되었다.

2일 뒤, 다시 피검사를 하고 수치를 지켜보기로 했다.



아가야, 다시 온거니?

아가야, 엄마가 널 잃지 않았다면 이 쯤 너는 태어났을꺼야

너의 출생 예정일은 12월 28일 이었거든.

너를 잊을까봐, 12월이 될 때까지 마음에 있었던거야?

새로운 아기가 찾아와도, 사랑하는 내 둘째 아가야, 너를 절대 잊지 않아

그리고 다시 와줘서 너무 고마워.

아직 너무 초기지만, 엄마는 너를 잘 지켜볼게. 그러니까 우리 힘내자?

아가는 발이 작아서 엄마아빠한테 오려면 오래 걸린다던데

우리 아가도 작은 발로 오느냐고 조금 늦었구나.



엄마가 이번에는 친구들도 많이 안만나고

첫째랑도 살살 놀아주고

맵고 짠 것, 커피, 회 이런것도 안먹을게

오로지 너에게 집중하고, 너에게 도움되는 것만 할게.



아가야,

다시 와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하는 내 아가야,

우리 10달동안 잘해보자

꼭 엄마 뱃속에서 잘 있어줘.


사랑해, 우리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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