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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사랑이야기

열일곱 살 문학소녀의 노트를 펼쳐봅니다.

파도의 사랑 이야기

(열일곱 살 나무)


파도는 바위섬을 사랑했었지.

그러나 파도는 바다에 살고

바위섬은 바다 옆 땅에 살았어.

파도의 사랑은 외사랑이었지.


파도는 그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몸을 거세게 움직여 바위섬을 꼭 안아주었지.

세월 지나고 계절이 가도

파도의 사랑은 식을 줄을 몰랐어.

세월 지나고 계절이 가도

그 바다는 잔잔할 줄 몰랐어.


그러던 어느 날 파도는 빈 땅만 바라보아야 했어.

사랑하는 바위섬은 조각이 되어 있었지.

그러던 어느 날 파도는 외로운 바다만 지켜야 했어.

꼭 안아 줄 사랑은 모두 부서져 있었지.


파도는 시간이 흐른 뒤 알 수 있었데.

거센 억압도, 조바심에 성급함도 사랑이 아니란 걸.

말없이 바라볼 줄 알았어야 했던 거야.

아픔을 말하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게 사랑이었던 거야.


파도는 그 후에야 소중한 것을 깨달았데.

바위섬의 자갈들이 모두 사라진 것이 아니란 걸.

그것들은 모두 깊은 바닷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파도는 말했데.

이제 이 바다는 잔잔할 거야.

난 이제 사랑을 알거든, 깊은 앙급 같은 사랑을


저에겐 세월을 담은 스프링 노트가 하나 있습니다.

시를 좋아했던 저는 노트 첫 페이지에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적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저의 자작 시들과 좋아하는 시들을 적어 놓았지요.


문학소녀의 기질이 있던 저는 시를 쓰고 시집을 내고 싶었습니다. 지금 보면 오글거리기도 하고 늘 저만의 노트 안에 담겨 있는 시였기에 수줍기도 합니다. 6학년인 큰 딸이 우연히 엄마의 스프링 노트를 보았습니다. 읽고 나더니 잠시 흥분 모드더라고요. "엄마! 문학소녀였네. 야! 시집 내야겠다. 파도의 사랑 이야기가 난 젤 좋아." 이렇게 딸아이의 목소리가 세상 밖으로 나가보고 싶던 시를 꺼내 주었습니다.


종종 어릴 때 쓴 시들을 꺼내 주려고요.^^ 저도 시를 타이핑하며 열일곱 살 저와 만나봅니다. 그 아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아이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귀 기울여 보려고요. 오늘 하루 주어진 많은 시간 동안 잠시 자기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아주 잠시라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마음은 어떻니? 어떤 하루를 만들고 싶어? 너에게 오늘 하루는 어땠지?'


나와 이야기하며 만들어 가는 오늘 하루도 안녕입니다. 나무 아래서 쉬었다 가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잠시 이곳에 머물러 쉬었다 갑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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