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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뽑아준 엄마의 책 속의 글

<아이를 믿어 주는 엄마의 힘>

 작년 제 책이 세상에 나와 저희 가정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일이에요.

 중1이 된 딸아이는 엄마 책을 빨리 보고 싶다며 등교 길 가방 안에 엄마의 책을 넣어 등교를 했습니다. 학교에 가져 가 언제 읽느냐고 돌아와 천천히 읽어 보라고 말했지만 딸아이는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읽으면 된다며 세상에 막 나온 따끈따끈한 엄마 책 <아이를 믿어 주는 엄마의 힘> 책을 가방에 넣어 가지고 등교를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가 자기들 셋을 키운 이야기들이 그 책 안에 녹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책이 더욱 궁금했을 거예요.

 저 또한 그랬습니다. 혹여 딸들의 이야기가 딸들의 마음에 불편한 것은 없을까? 자기들의 이야기들이 노출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궁금증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학교에서 돌아온 큰 딸에게 물었어요.

"학교에서 엄마 책 다 읽었어? 읽고 어땠어?"

"응. 엄마. 학교에서 다 읽었어. 너무 재미있었어."

"그랬어? 좀 불편한 부분은 없었어? 너희들의 이야기이잖아."

"응 그래서 더 재미있었어. 다 사실 그대로 우리들의 이야기이니까."

"그랬구나. 좋은데. 그럼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남았어? 뭐 뭉클한 부분은 없었어?"

불편한 것이 없었고 진솔한 자신들의 이야기여서 더 좋았다는 딸아이의 말에 엄마는 안심이 되었는지 질문 보따리를 풀어놓아요. 그때 딸아이가 말해 줍니다.

"몇 번 울컥한 부분이 있었어. 그중에 제일 뭉클했던 건......"

"그래? 엄마 알 것 같다."라고 했지만 딸아이가 첫 번째로 꼽아 준 내용은 엄마가 예상 못 한 의외의 부분이었어요.


 그 부분은 바로 '아이들에겐 각자의 고유성이 있다'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엄마인 제가 사춘기로 접어든 큰 딸이 크고 있구나를 마음으로 인정하는 부분이었지요. 

 일곱 살과 사춘기 아이들을 많이 안아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은 사춘기가 된 큰 딸이 일곱 살 때의 일이었어요. 어느 겨울 너무너무 추운 실내에서 있었던 일이었지요. 온풍기도 꺼진 실내 공간에서 저는 오리털을 입고도 추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큰아이가 외투도 입지 않고 친구들과 "나 잡아봐라"를 하며 발발발~~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어요. 추우니까 옷을 입으라고 해도 괜찮다며 신나게 뛰어노는 딸아이가 저렇게 놀다 갑자기 훅 추워져 감기라도 들까 싶어 걱정이 되었죠. 그래서 뛰는 아이를 잡아 옷을 입으라고 강하게 얘기를 했었어요. 그때 딸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울먹이며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엄마! 나 춥지 않아요. 엄마 몸이 아니잖아요. 내 몸은 내가 더 잘 알아요. 날 존중해 주세요."

그날 딸아이의 말을 듣고 어느새 커서 이런 말도 하나 싶어 기특한 마음이 들어 속 웃음을 하며 아이에게 "네 말대로 네 몸은 네가 잘 아니 추우면 알아서 입어."라고 말했었죠. 그랬던 딸이 이제는 커서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고 그 딸이 이제는 이제 '엄마! 엄마 마음이 아니잖아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 딸을 더 많이 안아주며 존중해 주어야겠다는 내용이었지요. 일곱 살이 유아시기에 첫 자아를 찾아가는 발돋움의 시기 많이 안아주었던 것처럼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아이를 많이 응원하는 마음으로요.



 이 부분을 읽을 때 눈물이 났다고 말하는 딸의 말을 듣는데 제 마음도 뭉클했어요. 이 부분을 읽고 딸아이가 마음이 촉촉해졌을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었지요. '엄마도 아이들이 크는 모습이 아쉬운 것처럼 아이들도 엄마 품이 작을 만큼 큰 자신의 모습이 때때로 아쉽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어릴 땐 얼른 커 언제 좀 몸이 가벼워지나 했었지요. 그런데 작아지는 아이의 옷을 정리 해 떠나보낼 때면 마음에서 간질간질 아지랑이가 올라와요. 마음에 아지랑이가 잦아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의 옷을 가슴에 꼭 품어보지요. 아이가 빨리 크기를 바라는 걸까 천천히 크기를 바라는 걸까 엄마도 엄마 마음을 알 수가 없지요.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엄마가 된 지금도 나 또한 이만큼 인생을 살아온 내가 낯설고 여전히 엄마의 어린 딸이 고픈 마음을 알기에 아이의 말을 듣는 엄마 마음도 뭉클했나 봐요.


 점점 목소리도 커지고 자신의 의견도 많아지는 딸, 그러나 여전히 백허그를 하며 엄마에게 파고드는 딸, 아이와 어른의 중간 사이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우리 딸의 얼굴이 엄마 품에 닿으며 노랫소리가 귓가에 퍼져갑니다.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내 가슴속을 뒤져할 말을 찾지.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라!


난 한참 세상 살았는 줄만 알았는데 아직 열다섯이고

난 항상 예쁜 딸로 머물고 싶었지만 이미 미운털이 박혔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알고픈 일들 정말 많지만

엄만 또 늘 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내 마음의 문을 더 굳게 닫지.


공부해라. 그게 중요한 건 나도 알아

성실해라. 나도 애쓰고 있잖아요

사랑해라.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

나의 삶을 살게 해 줘!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라!


내가 좀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던 걸 용서해줄 수 있겠니?

넌 나보다는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약속해주겠니?

랄 라랄 라랄 라랄 라랄 라랄 라라 라랄 라라 라랄라

랄 라랄 라랄 라랄 라랄 라랄 라라 라랄 라라 라랄 라랄라


아이가 들려주는 메시지와 귓가에 맴도는 노랫소리가 마음을 두드리며 눈가가 뜨끈해져 왔습니다.

 '소중한 딸!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줘야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려 줘야지. 엄마가 그 언제까지나, 어떠한 모습이던지 너를 믿는다고 전해줘야지.' 마음으로 또 한 번 믿음 육아를 새기는 날이었지요. 


이어령 교수님께 죽음을 준비하는 나이가 되고 보니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하셨대요.

바로 하고 싶은 말을 다 전하지 못한 것이라고요. 너무 소중한 자녀들. 그래서 늘 그 자리 그 모습으로 있을 것 같은 지금도 쉼 없이 크고 있는 자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랑이야기 꼭 전해주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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