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셋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딸아이와 글을 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큰딸과 함께 했었어요. <아이를 믿어 주는 엄마의 힘> 첫 번째 책이 나온 뒤 딸이란 나눈 생각들이었지요. 서로 대화만 하고 1년이 시간이 흐른 것 같아요. 드이어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오늘 딸아이가 글공간을 채워주네요.
중2가 된 딸아이의 글입니다.
나에게 동생이란... 항상 이 주제를 가지고 많은 생각을 한다. 세상의 많은 형제, 자매, 그리고 남매들은 보통 서로를 좋아하지는 않던데, 미디어를 통해서 만들어진 이미지일까? 사람들은 사이좋은 자매,라고 하면 보통 감동하기보다는 음... 하는 애매모호한 반응을 보인다.
나는 동생들을 지극히 사랑하지만, 한때 그 마음들을 쑥스럽게 생각해 말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동생들 걱정도 많이 하고 잘 챙겨줘야지 하는 생각이 늘 머리에서 있었지만, 엄마 아빠에게는 잘 나오던 사랑한다는 말이 동생들에게는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 내 주변의 형제자매들은 항상 서로를 굳이 싫어한다는 느낌을 뿜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는 자신의 형이나 동생, 혹은 언니 얘기만 꺼내도 표정을 과장되게 굳히기도 하며 '나는 내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친구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던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가족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친구들을 닮아가기 시작한 것 같다. 동생들에게 눈에 띄게 지적을 많이 하고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자꾸만 밀어내려고 했으니, 아마도 그 당시에 동생들은 큰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중학교 2학년이 된 나는 동생들에게 항상 진심을 담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고작 3년을 더 산 것이지만 그 소중한 시간 동안 내가 알게 된 것은 누군가를 정말 사랑할 때 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다. 특히 사랑은, 표현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 태도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되고 표현하기 시작할 때 '아, 표현해야 알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3년이란 시간 동안 조금씩 성장하면서 나는 나의 사랑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하는 존재에게 너는 나에게 정말 소중하고 특별하다는 것을 말해주게 되었고 사랑한다는 말은 내 아침, 저녁 인사가 되었다. 이제 와서 보니 '아, 이렇게 쉬운 것을 왜 그때는 하지 못했을까.'라고 생각하며 그 시간 동안 해주지 못한 말들을 해주기 위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꼭 붙어 다닌다.
지금 나는 내 주변 사람들로 인해 동생과 사이좋은 언니가 되어있다. 동생과 손을 흔들며 인사만 해도 '동생이랑 인사를 해?'라는 말들을 듣고 있다. 언니가 동생을 사랑하고, 동생을 만났을 때 인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왜들 이렇게 유난스러운 반응을 하는 것일까?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항상 나에게 하시던 말씀이 있다. 동생은 친구들보다 더 소중한 존재이니 친구들에게 하는 것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중 고등학생을 기준으로 얘기해 보자면 친구들 사이에 사랑한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한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형. 제. 에게는 어떻게 할까? 그들이 형제의 소중함을 깨닫고 형제자매에게 마음을 표현했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도 동생을 무지막지하게 사랑하고 있으며, 이 글을 쓰면서도 "얘들아 사랑해!"라고 말했다.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어쩌면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점점 나와 같은 사람들이 99% 가 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아무 근거 없이 굳게 믿고 있다. 근거는... 내 글을 읽은 후의 심경 변화라고나 할까? 마지막으로 동생들과 또 옆에서 계속 질투하던 아빠님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의 글을 읽으며 아이를 이해하게 돼요. 글 속의 시기처럼 딱 그런 시기들이 있었거든요. 보통 사춘기라고도 하는 시기~^^ 그 시기를 지나 예전 모습대로 하하호호하는 딸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