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을 일구시네요!"
어느 날 저녁, 식사를 하러 모인 식탁 앞에서 엄마 아빠에게 한 말이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아이고, 태연하시긴, 이렇게 태연하게 물어보실 수가' 엄마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으셨다.
"콩이 쏟아지잖아요, 알. 콩. 달. 콩."
우리 엄마 아빠는 아주 거대한 콩밭을 일구고 있다. 콩밭의 넓이는 측량할 수도 없다. 결혼한 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두 사람은 아주 알콩달콩하기 때문이다.
그 일은 저녁식사 때에 벌어졌다. 물론 항상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만, 그날은 뭔가 입이 근질근질했나 보다. 아니면 알콩달콩한 엄마 아빠 사이에 묵묵히 밥을 먹으며 껴있는 동생이 눈에 밟혔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내 입에서는 콩이라는 말이 나오고 말았다.
"콩밭을 일구시네요, 알콩달콩. 아주 콩쥐가 왔다가 울고 가겠어요."
이 말을 들은 엄마 아빠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또다시 웃었다.
"알. 콩. 달. 콩."이라는 말에 웃음이 빵 터져 버리셨다.
음, 엄마 아빠와 같이 저녁을 먹다 보면 내가 마치 화목하다 못해 꿀이 흘러넘치는 부모님을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영화 주인공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엄마 아빠는 항상 신혼여행을 온 것처럼 꽃밭을 뛰어다니는 표정으로 서로를 행복하게 바라보며 오글거리는 말들을 내뱉곤 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항상 지속되지만 서로의 얼굴을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평화로운 식사시간에 아주 많이 심해진다. 엄마는 아빠에게 콧소리를 잔뜩 내며 애교 넘치는 말을 하고, 아빠는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아주 달달하게 한다. 부부끼리 그럴 수도 있지, 그러나 밥 먹는데, 드라마에서 나올만한 멘트들을 서로에게 하고 있다면, 과연 밥을 먹을 수 있을까...? 휴, 나는 꼭 밥을 많이 먹고 키가 커야 하는데, 밥이 도무지 목구멍으로 넘어가지가 않는다...
오늘도, 엄마 아빠는 콩밭을 일구고 있다. 밥 먹기는 조금... 아니 많이 힘들지만 엄마 아빠의 콩밭 농사가 영원하기를 바란다~!
이제 곧 있으면 나라를 지킨다는 중2가 되는 딸아이의 글을 읽으며 또다시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날 "콩밭을 일구시네요."라는 말에 동시에 "응? 무슨 콩밭??"이라고 물었었지요.
딸들은 자주 우릴 보고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우리는 어딜 가나 얌전하고 양호한 부부인데 말입니다. 부부 사이 지지고 볶는 일들도 많겠으나 딸들은 자주 엄마, 아빠에게 "언제 콩깍지가 벗어지는 거야!!!"라며 흥분하곤 합니다.
"딸들 눈에 영원히 콩까지가 쓰인 부모이고 싶습니다.
딸 농사도 풍성한데 이어서 콩 농사도 늘 대풍 한 가정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마치 다시 쓰는 성혼선언문 같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도 남편이 참 좋습니다. 늘 고맙고 감사한 사람입니다.
늘 곁에 있어 때로는 소중함을 모르는 존재가 부부인 것 같습니다.
오늘 한 번 "감사해. 사랑해."메시지 나눠볼까요?
"딸과 함께 쓰는 글"을 통해 딸 마음에 여행을 갈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딸도 자기가 글을 쓰는 날이면 엄마 브런치 글을 순회하곤 합니다.
글이 또 다른 마음의 다리가 되어 줍니다.
제 글이 여러분의 마음에 닿는 다리가 되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