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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에 머물러 있지 마

너의 모습에서 들려온 메시지


저희 가정엔 앵무새 한 마리가 함께 살고 있어요. 강아지를 간절히 키우고 싶은 딸들의 소망에 대한 타협점이었지요. 함께 몇 차례의 가족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한 친구가 앵무새였어요.



강아지를 키우자는 말에 "엄마는 아직 너희 키우기도 바빠. 그리고 강아지 똥 치우기 싫어."라고 말을 했었고 딸들은 자기들이 다 하겠다고 말했었죠. 그나마 앵무새는 딸들이 충분히 잘 키울 것 같고 사람과 교감을 좋아하는 친구라 딸들도 좋아해 결정을 했어요. 물론 배변도 훈련으로 가능하 다해 키우게 되었지요. 그런데 배변은 한참 헤매고 있는 해씨입니다.


저희 집 앵무새 이름은 해씨입니다. 해바라기 씨를 좋아해 해씨이지요. 행복한 앵무새가 되라고 좋아하는 해바라기씨를 이름으로 붙여 주었어요. 집에 온 첫날부터 얼마나 잘 먹고 적응도 잘하던지 마냥 신기하고 감사했지요. 태어난 지 한 달 되어 저희 집에 온 해씨는 이제 제법 자랐고 무엇보다 비상하는 능력이 생겨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해씨입니다. 윙컷을 해주며 챙겨도 금방 날개가 자라고 거기다 날갯짓이 훈련이 되어서 잘라준 후에도 곧잘 날아다니곤 해요.


그런데 그런 적이 없는데 해씨가 어딘가에 부딪쳤는지 해씨의 코에 피가 맺혀있습니다. 거기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습니다. 딸들은 그때부터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회사에 계시는 아빠에게 전화를 하고 동물병원을 찾기 시작합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소리를 높입니다.


"언니 어서 옷 입어."

"아빠에게 긴급전화 넣어."

"가까운 동물 병원을 찾자." 

엄마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해씨사랑 세 자매는 특별요원들이라도 되는 듯 목소리에 긴급함과 단호함이 있습니다. 그런 딸들을 달래며 조금 기다려 보자고 합니다. 어딘가에 붙딛힌 충격에 너무 얼얼하고 아파 얼음이 된 모습 같다고 말해주고요. 아빠가 전해준 치료책을 듣고 집에 있는 오징어 뼈로 지혈을 해주며 먹을 것도 챙겨주는 고마운 딸들입니다. 하지만 해씨에게는 조금은 안정이 필요해 보이는데 그때부터 딸들의 보필에 해씨는 쉴틈이 보이지 않습니다. 좀 쉬어야 할 것 같으니 집에 넣어놓고 지켜보기로 했으나 그 앞을 떠나지 못합니다.


"괜찮아? 해씨야 많이 아파?" 해씨에게 괜찮을 틈을 주지 않고 눈을 맞추며 안절부절못하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말합니다. "해씨에게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하지만 딸의 마음엔 들리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지켜 서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데 해씨에게 회복될 시간이 필요한데 해씨만 보고 있습니다.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문득 '그렇네. 문제에 머물러 지켜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데 말이지. 문제에게도 스스로 해결해 갈 시간을 줘야 하는데....... 문제에 머물러 발을 떼지 못하는 아이처럼 동동거리며 그것만 바라보는구나.'


하루라는 시간이 지나 해씨는 편안함을 보였고 또 하루가 지나자 입을 움직이며 좋아졌어요. 그때가 되자 아이가 말합니다.

"엄마 말이 맞았어. 시간이 지나니 해씨가 좋아질 것을 너무 걱정했네." 그 모습을 보며 엄마도 생각합니다. '맞아.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걱정하며 문제에 머물러 있는지 몰라. 문제에게 해결할 시간을 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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