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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는 사랑입니다.

너희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소리이기 때문이지

 

 어느 날이었어요. 세탁바구니 안에 가득 쌓여 있는 빨래가 그날도 엄마의 손을 부르던 날이었지요. 딴 때 같으면 가득 쌓인 세탁바구니를 바닥에 쏟아 놓고 빨래를 분류하며 

‘양말을 또 뒤집어 벗었네.’ 

‘딸들 좀 보게. 잠깐 입은 옷인데 이렇게 깨끗한 옷을 빨래통에 다 넣어 놓았네.’

‘음식물은 바로 비비지 않으면 안 지워지는데 좀 조심히 먹지. 이렇게 많이 흘렸네.’라는 생각들이 수없이 지나갔을 텐데 그날은 아이들이 벗어 놓고 간 빨래를 모아 세탁기를 돌리려고 옷을 분류하고 있는데 마음 가득 감사가 차 올랐습니다. 




 

 물감이 묻어 있는 아이의 옷을 만지며 ‘우리 딸이 이렇게 재미있게 놀았구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어요. 또 아이들의 흙 얼룩 가득한 바지를 보는데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가슴 벅찬 감사가 시작되었어요.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마워’

‘너희들끼리 신나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가니 엄마도 행복해.’

‘너희가 마음껏 뛰노는 모습이 엄마의 기쁨이야.’

모두 학교에 가고 혼자 남아 아이들의 옷을 만지며 아이들에게 마음의 소리를 건네며 미소 짓게 되었습니다.  늘 그렇지는 못하는데 그날 따라 선물처럼 감사의 마음이 가득 차올랐어요. 건강하게 자라 주는 아이들에게 고맙고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모든 환경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예전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정원이 있고 2층 구조로 된 큰 집에 세탁기를 고치러 간 기사분이 있었습니다. 넓은 정원을 지나 세탁기를 고치러 다용도실로 들어갔는데 다용도실인지 큰방인지 알 수 없는 아늑하고 커다란 공간을 보며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고 해요. 거기다 커다란 세탁기 두 대가 나란히 놓여있는 모습을 보는데 속이 쓰려왔다고 합니다. 자신의 집에 놓인 작은 세탁기, 그것도 '덜컹덜컹' 자주 손이 가는 세탁기가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사분은 ‘이 집은 무슨 복이 많아 이렇게 큰 집에 좋은 세탁기를 두 대나 놓고 쓰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그렇게 멍하니 세탁기를 바라보고 있는데 주인의 깊은 숨소리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멍하니 세탁기를 바라보는 기사의 등 뒤에서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고치지 말고 그냥 둘까도 생각했어요. 어차피 빨 빨래도 없는데, 하나로도 충분한데 싶어서요.” 그 말을 듣고 기사분이 말했습니다.

“왜요? 들어오다 보니 아드님 자전거 같아 보이던데 저렇게 한참 뛰어놀 땐 빨래가 쏟아져 나오지요. 저희 집도 그만한 아들들이 있는데 저도 이렇게 큰 세탁기 한 대 놓음 속이 후련하겠어요. 얼마나 빨래가 쏟아져 나오는지...... 놓을 때가 없어 그렇지 놓을 자리도 충분하니 이불도 빨고 옷도 빨고 두 대 놓고 편하게 쓰시면 되지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인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 아들이 이제 없으니 말이지요.” 하며 자리를 피했다고 해요. 그 순간 속사정도 모르고 몇 마디 건넨 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맨날 뛰어놀며 사고만 치는 개구쟁이 아들들이라고 혼낸 아들들 생각도 났다고 합니다.



  오래전 들은 이야기로 잊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무슨 선물인지 빨래를 하고 있는 제 마음 가득 갑자기 감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이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정말 그렇구나. 이렇게 가득 쌓인 빨래는 건강한 가족이 있다는 것의 반증이지. 우리 딸들의 옷에 가득한 얼룩들은 우리 아이들이 건강히 생활한 모든 흔적이지. 모두 감사이지.'

 너무나 익숙한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내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내가 누리는 일상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가슴으로 감사하는 날이었습니다. 지금 나의 모든 수고 뒤에는 누리는 기쁨 또한 숨어 있음을 항상 생각하며 감사해야겠어요. 꼭꼭 숨어 있는 감사의 제목들을 늘 꺼내서 펼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그런 엄마가 되자는 마음으로 오늘도 엄마는 열심히 빨래통을 들고 나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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