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어 2024년도가 되었다. 새해, 새학년, 새학기, 새학급. 특히 학급 운영이나 수업에 있어서 교사의 업무란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매년 환경이 바뀌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꽤 진을 뺀다. 그 바쁜 와중에도 우리는 또다시 답사를 기획하였다. 목적지는 천년고도 경주.
경주는 수학여행으로도, 대학교 답사로도, 친구들과의 여행으로도, 그리고 가족여행으로도 이미 여러 번 다녀온 곳이지만 선택한 데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여러 번 와도 좋고, 볼 게 많다. 그리고 두 번째, 특별 게스트의 선호 지역이었다.
이번 특별 게스트는 수학과의 HJ쌤. MZ쌤과 발령 동기여서 절친한 그녀가 작년(2023년)부터 대기 번호를 뽑고 기다리셨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다. 맛집 탐방에 진심이라는 소문도 자자해 경주에서 먹을 것들이 기대가 되었다!!!
2024년 4월 12일, 이놈의 지구온난화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며 어깨에 짐을 둘러멘 우리는 퇴근하고 KTX에 올라탔다. 도착하자 이미 어두웠지만 그래도 짐을 풀고 일단 밖으로 나왔다. 어차피 경주는 야경이 예쁘다.
서울에서 출발할 땐 여름인가 싶을 만큼 더웠지만 경주의 밤은 약간 쌀쌀할 정도로 선선했다. 시원한 공기를 즐기며 10분 쯤 걸으니 월정교가 나온다. 월정교는 760년(경덕왕19년)에 지어진 다리로, 통일신라의 육조 거리라는 별명을 지녔다. 물론 복원한 것이긴 하지만 기록에 근거했으니 분명 그때도 엄청 아름다웠으리라.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딸 요석공주와 원효대사 해골물의 사랑 이야기가 묻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리에서 떨어져 젖은 원효가 옷을 말리겠다는 핑계로 요석궁을 찾아 사랑을 나누었다나 뭐라나. 하여간 파계승... 그러나 이 사이에서 태어난 설총은 또 한자의 음훈으로 우리말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한 이두 문자를 고안했으니 잘 한 것 같기도 하고? 그 옛날에도 이런 다리였다면 없던 사랑도 꽃피게 생겼다.
아름다운 월정교 구경을 마치고 우리가 향한 곳은 야시장. 서울역에서 햄버거 쪼가리만 주워 먹었을 뿐 밥 한 술 제대로 못 떠 퍽 시장하였기 때문이다. 많이 늦은 시각이어서 그런지 야시장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아직 운영하는 포차가 많아 눈과 코가 바빠졌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은 게 나만은 아니었으리. 메뉴 하나씩만 사면 7-8000원씩 하는데, 씽크빅을 자랑하는 경주 야시장은 BIG4 상품권을 판매하여 12000원에 네 가지 종류의 음식을 조금씩 팔아준다. 우리는 김밥, 닭강정, 전, 골뱅이 무침, 삼겹살 구이 등을 고루고루 담아서 맛있게도 먹었다. 이 두둑히 차오른 배를 꺼내리는 것은 역시나 새벽을 달리는 대화뿐이다!! 기록을 보니 3시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잤다. HJ쌤은 우리 답사의 룰을 미처 이해 못하고 먼저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도 여름인가 싶을 만큼 날이 맑고 뜨거웠다. 그래도 추울 때보다는 더울 때가 아침에 눈도 빨리 떠지고 빨리 씻으러 움직여지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빨리빨리 준비하고 바로 나와, 경주에 새로 오픈했다는 폴바셋을 향해 달려갔다. 경주에 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경주는 전주와 마찬가지로 외국 기업들도 한글 표기 간판을 달아두고, 건물도 기와를 올려 한옥으로 짓곤 한다. 폴바셋 역시 아름다운 한옥이었다. 오션뷰는 아니고 무덤뷰.
무덤뷰 조식을 간단히 마치고 렌터카를 이용하여 달려간 곳은 봉길 해수욕장. 사실 이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주 유명한 바닷가였다. 다름 아닌, 만파식적 설화의 문무대왕 수중릉이 있는 그 바닷가인 것이다! 삼국 통일을 완성한 후, 죽어서는 왜적의 침입을 막는 용왕이 될테니 동해에 자신을 묻어달라 한 문무왕. 그 진심이 동했는지 이 바다는 영험하 기운이 있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벼라별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는데, 우선은 저 멀리 일군의 집단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망측하게도 나체 상태인 것 같았다. 그래서 놀라 핸드폰으로 찍어 보니(!) 살색 옷을 입고 앉아 요가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인이 아니고 외국인들이었다. 세상에 신기해라. 그리고 날개를 펴면 유치원생만큼 커다란 독수리들이 근처에 계속 서성거려 무서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뜨뜻한 모래사장에 몸을 파묻고 반신욕하는 당돌한 비둘기도 있었다. 가장 재밌는 장면은 물고기 방생씬이었다.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절에서 행사가 끝났는지 역시 일군의 사람들이 뭔가를 들고 내려왔다. 지켜보니 물고기 같았다. 제사를 지낸 후에 덕업을 쌓는다는 의미에서 물고기를 방생한다고 한다. 그런데 내 상식에 의하면 물가에 고이 보내줘야 하는데, 많은 분들이 물고기를 냅다 풀스윙으로 날려버렸다. (원래 이게 맞나?) 물고기가 다 터져 죽진 않을까 걱정, 독수리가 계속 서성거리는 것이 혹시 저것 때문은 아닐까 추론하며 우리는 한참 이 장면들을 직관했다.
그리고 단체사진도 한컷! 바다 자체가 너무나 맑고 아름다워 문무대왕릉을 보러 온 것인지 뭔지 목적을 망각하였다. 커플이 열심히 사진을 찍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오지랖을 발휘하여 수평을 맞추고 몸을 뒤로 꺾어 비율을 좋게 만든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러나 이분들은 수평도 맞지 않는 사진을 찍어주어.. 역시 셀카봉을 가지고 다녀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뭐 우리 목적이 인생샷 건지는 건 아니니까, 사진은 뒤로 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할 준비를 한다. 신라 그 천년의 역사로 빠질 준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