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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Emilio Nov 22. 2022

미국 '매니저'와 한국 '팀장'은 다르다.

'팀장' 대상 리더십 도서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소위 '실리콘밸리'에서 넘어온 책들입니다. 저는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적잖다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원래 제목을 살펴보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도서를 맨 아래 이미지로 첨부합니다. 


원서명과 부제를 봐주십시오. 그 어디에서 '팀장' (team leader)라는 말이 없습니다. 대부분 'manager' 또는 'leader'입니다. 물론 미국 매니저와 한국 팀장이 다르지 않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둘 간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1) 미국 매니저는 자신이 관리하는 조직의 '예산권'과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한국의 팀장님들 중에 이런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분이 있습니까? 물론 초안은 만들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종결시킬 힘은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사항은 과거 '부서제' 시절의 부장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권한 상황입니다. 


(2) 매니저를 팀장으로 번역하다 보니 내용이 현실을 넘어섭니다. 팀장의 할일 중에 '목표 설정'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몇몇 팀장 리더십 교육에도 이런 주제가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예산권과 인사권이 없는 팀장에게 목표 설정 권한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한국에서 목표 설정 권한은 대개 임원에게 있지요. 


(3) 실행할 수 없는 내용으로 낙담하게 만듭니다. '아, 이게 팀장의 역할인데, 난 뭔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 한국의 팀제는 미국의 팀제와는 아주 다릅니다. 아직도 예전 부서제의 잔재가 남아 있어 상하 위계질서 상에 고정된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미국의 팀은 역할 중심이고 매우 가변적입니다. 팀장은 해당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위치하며, 그는 신입사원일 수도, 부사장일 수도 있습니다. 


아래 도서를 사내 추천 도서나 일괄 구매 후 독서를 장려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실리콘밸리 팀장처럼 일하게 하려면 조직 구조나 제도를 비슷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이상적인(?) 책을 본 팀장은 결국 현실의 제약에 낙담하면서 '나 혼자라도 잘해봐야지.'하게 됩니다. 결국 리더십이 '개인기'로 전락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경영 서적의 경우 번역되면서 판매를 위해 작위적으로 제목을 변경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따라서 원제와 부제 정도는 확인하시는 것이 잘못된 선택을 막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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