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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Emilio Jul 08. 2017

타지키스탄 방문기

눈물은 어디나 흐른다: '체리'의 눈물

지난 6월 16일부터 타지키스탄(이하 '타직') 두샨베 출장을 시작했습니다. 다음 주면 한 달간 일정도 끝나고 해서 짧은 방문기를 올립니다. 아마 독자님들은 타직이란 나라가 생소하실 겁니다. 혹시 '파미르 고원'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세계의 지붕이라고 하는 해발 6,000미터 이상의 고원지역인데, 이곳 타직에 걸쳐 있습니다. 인종적으로 페르시아계가 많고, 덕분에 이슬람 교세가 아시아 국가 중에서 센 편입니다. 



파미르 고원의 나라


카자흐스탄(이하 카작) 한 달 출장을 마치고 타직에 넘어온 탓에 두 나라를 비교하게 되는데, 타직의 수도 두샨베는 소도시처럼 느껴지더군요(카작 방문기도 곧 ;;;). 아담하고 깨끗한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첫인상에 속으면 안 됩니다. 제가 다녀본 대부분의 개도국 수도는 괜찮았지만 한 블록만 뒤로 들어가거나 교외지역으로 빠지면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으니까요.


두샨베 국제공항, 우리나라 광주공항보다 좀 더 크다고 보시면 됩니다


안타깝게도 두샨베에선 별로 볼 게 없습니다. 주요한 관광지로 박물관, 공원 등이 검색되더군요. 관광이 목적도 아니라 멀리 나가는 건 금세 접었습니다. 가까운 곳도 최소 2~3시간이 소요될뿐더러,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 여정이 쉽지 않습니다. 여담입니다만 가나 출장 시 짬을 내 갔던 Boti Fall 여정에서 쿵쾅거리던 차량 때문에 저는 허리 통증을 얻었지요. ㅜㅜ 한가로운 관광을 두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엄청난 기온입니다. 다행히(?) 습도가 낮아서 한국처럼 꿉꿉하진 않습니다만, 햇볕이 정말 따갑습니다. 

 

오늘 41도까지 올라가네요



40도를 넘나드는 기온


타직의 살인적인 더위 얘기는 출장 오기 전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낮에는 근무지와 호텔에만 있으면 되니 더위 때문에 어려움은 별로 없었지요. 호기심이나 탐험심이 많지 않아 다행입니다. ^^;;;


낮 거리에 날씨 탓에 인적이 붐비진 않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에 분수광장(루다키 공원)에 나가 보니 사람들이 많더군요. 오페라 같은 음식도 크게 틀어놓고, 분수도 조명을 받아 색색을 뽐내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녁이 되면 습도가 낮아선지 서늘한 느낌까지 듭니다. 가족끼리 모여 더위를 식히는 모습은 한국이랑 다를 바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보니 가족 생각이 나더군요. 1년에 3달 반을 해외에서 있어야 하는 제 처지가 처량해졌습니다.




가족의 휴식


타직은 비자를 발급받아야 올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것도 직접 대사관에 방문해야 합니다. 우리는 공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지라 주한 타직 대사님을 뵐 수 있었습니다. 타직에 대해 여러 말씀을 해주셨는데 우선 체리가 엄청 싸고 맛나다, 준보석으로 쳐주는 돌이 유명하다는 게 기억이 남습니다. (돌은 관심 없었고) 체리는 좋아하는데 한국에선 농약 때문에 잘 먹지 않았습니다. 10불이면 양동이 하나만큼 살 수 있다더군요. 두샨베로 넘어온 바로 그 날 시장에 가서 체리를 샀습니다. 1Kg에 17 소모니(2,500원)! 팀원들과 나눠서 배불리 먹었습니다. 정말 맛도 끝내주더군요. 


돌에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 로비에 있는 돌 그릇 올려 봅니다


체리뿐만 아니라 다른 과일도 정말 맛이 좋았습니다. 수박, 멜론, 오렌지, 자두, 살구 등등... 기후나 과일을 보니 '캘리포니아'랑 비슷하지 않나 생각이 들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곳 타직에서 한국보다 나은 것은 딱 하나, '과일' 밖에 없다더군요.


먹을 땐 좋았는데, 먹고 난 후엔 씁쓸했습니다. 워낙 낮은 가격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이건 과테말라 커피농장에서 커피를 마셨을 때, 가나에서 초콜릿을 먹었을 때, 스리랑카에서 홍차를 마셨을 때 들던 느낌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가격으로 먹고 살만 할까' 


타직은 1인당 GDP는 1천 불 수준입니다. 브랜드 공산품들은 비쌉니다만, 구매력이 낮아서 마트 매대를 차지하고 있는 경공업 공산품들은 대부분 저가 중국산입니다. 무역이란 게 각자 경쟁우위에 있는 물품을 교환하는 것이라 대부분의 개도국은 농산물, 광물을 팔아 공산품을 사고 있습니다. 당연히 불균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선진국 쪽에 속하는 우리는 그런 구조 아래서 싼 노동력 덕분으로 만들어진 물건을 즐기고 있는 거고요.



체리의 눈물


CIS 국가들은 지리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타직의 GDP의 30% 이상은 러시아에 일하러 간 노동자들이 송금해주는 돈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경제가 좋지 않습니다. 여기 한국 대사관 직원분 말씀을 들어보니 최근엔 한국으로 인력 송출을 허용해달라는 관료들의 요청이 많다고 하네요. 


출장을 나오면 한국에서 느끼지 못하는 원화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물론 환전을 해오니까 결국 '달러의 위력'이겠네요. 이곳 화폐인 소모니 역시 최근 평가절하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그래선지 150불로 5성급 호텔에서 묵을 수 있습니다(세탁 4 pcs 무료, 조식/석식 제공). 한국에선 16만 5천 원에 언감생심 5성급은 차지하고 4성급도 단체할인을 받아야 가능한 금액이죠. 물론 5성급이라고 다 같은 5성급은 아닙니다만.


제가 묵고 있는 세레나 호텔


호텔 바로 앞 신축 건물. 을씨년스런 느낌입니다


호텔 앞 길 모습. 광화문 광장처럼 도로 중앙이 가로수길로 되어 있습니다


호텔만 놓고 보면 굉장히 좋아 보이는데 주변이 다 이렇진 않습니다. 슬레이트와 양철지붕으로 이어 만든 집들이 즐비하고 거리 풍경도 칙칙합니다. 현대식 호텔 건물이 나름의 조화를 깨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지요.


가볍게 출장기를 올려 보려 했는데 사뭇 진지해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까지 하지요. 참고로 저는 올해 두 번 더 타직(+카작)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정리되면 제가 하는 '일'과 관련한 사항도 올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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