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을 때, 팀장이 진짜 할 일

팀장으로 산다는 것 #9

by 김진영 Emilio

200O년 1월, PS(초과이익분배금)/PI(생산성격려금) 두 가지 모두를 난생 처음 받았다. 전년 회사 실적이 아주 좋았다. 월급의 몇 배 되는 돈이 한방에 들어온 걸 보고 기뻤고, 약간의 보람도 느꼈다. 물론 오래 가진 않았지만.


스태프 조직(전략기획)에 있던 나는 원래 성과금과는 거리가 있는 자리였다. 스태프 조직은 사업본부 모두가 목표를 달성해야 성과금이 나오게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 사업이 모두 잘 되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 그랬는데 그때는 됐다. 우리사주조합이 만들어지고, 성과금 일부가 주식으로 추가 배부됐다. 곧 상장이 되고, 그러면 적어도 2~3배는 뛸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아쉽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성과급의 기억

요즘 한참 어렵다는 기업들이 많은데, 내 기억에 엄청나게 오랫동안 어려웠던 그룹이 있다. 두산이다. 과거 두산과 거래를 오래 했었다. 두산 어음을 받아 돌린 적도 있는데, 은행에서 할인이 안 된다며, 공급사에서 욕을 먹은 적도 있다. 2008~2009년 대학원을 다닐 때는 두산은 그룹 전체의 변혁(Transformation)의 성공사례로 특강을 듣기도 했었는데,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중공업 말고는 모든 걸 팔겠다는 두산 그룹



두산그룹이 쉽지는 않았지만 매년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2010년대 중반에는 나쁘지 않았다. 그들은 그때 뭘 했을까.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다. 엄청난 차입으로 여러 회사를 인수한 탓에 실적을 살려 빚 갚기에 급급했었다. 소비재 기업이 완전한 중후장대 B2B 기업으로 전환한 탓에 트렌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회복 자체가 불가능했다. 금호도 비슷했다.


두산그룹의 쇠락

사람들은 '구조조정'하면 바로 인원감축, 비용절감, 자산매각 등을 떠올린다. 틀리진 않지만, 구조조정에는 그런 것들만 있지 않다. 사업재편, 인력조정(충원 포함), 투자결정 등도 구조조정의 수단이 된다. 다만, 구조조정을 매번 불경기나 사업실적 하락기에만 실시하고, 외부로 부각되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기업의 숨이 깔딱깔 넘어갈 때 구조조정은 그저 생명 연장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우량기업도 헐값에 팔게 되는 것이다. 원래 구조조정은 능률을 높이고, 미래지향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 의미라면 실적이 좋을 때도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구조조정은 언제

팀 실적이 좋으면 분위기가 좋다. 문제 팀원에 대한 경계와 관심도 줄어든다. 작은 문제쯤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생긴다. 실적이 좋았을 뿐,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경쟁사가 없어진 것도, 까다롭게 우리에게 요구해대는 고객들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정말 목표 대비 성과가 반짝 좋았을 뿐이다. 200O년 초가 딱 이랬다. 평소 사이가 안 좋던 인사팀, 재무팀과도 별 충돌이 없었다. 그러다 금융위기가 터졌다.


몇 개월 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게 됐다. 자산이 얼마 없었기에 매출 감소는 현금 유동성에 즉각적인 적신호였다. 신사업기획에 전념하던 나도 차출돼서 구조조정(안)을 만들었다. 정말 하기 싫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런 건 연초에 시작했으면 좋았을 텐데.'


잘 나갈 때 시작하자

구조조정이 대단히 거창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팀장들도 팀 내에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비효율적인 업무관행과 구태의연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라면 아무리 작은 활동도 구조조정일 수 있다. 구조조정이 부담스럽다면 '개선활동'으로 부를 수도 있다. 팀 단위로 구조조정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조직운영]

- 문제 팀원 면담, 전속, 또는 권고사직

- 업무분장 재검토 및 조정

- 회의방식 변경(횟수, 내용, 방식)


[성과관리]

- 실적달성 Bottleneck 규명 및 대안

- 저성과 고객사(또는 매입사) 거래 전환 또는 중단

- 저성과 아이템 선별 및 대응법 착안

- 활력지수(신제품, 신규고객사 등의 매출비율) 개선 방안 검토

- 중장기 전략목표 실행 상황 재점검 및 대응방안 개선


실적이 좋을 때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장점이 많다. 첫째, 자발적인 구조조정은 남이 시켜서 하는 것보다 팀 내외에서 모두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당하는 것보다 내가 시작하는 것이 백배 낫다. 둘째, 전사 분위기가 좋은 상황이라 저항을 적게 받으면서 추진할 수 있다. 좀 더 높은 이상을 제시하면서 폼나게 시작할 수도 있다. 셋째, 팀 외부의 자원을 비교적 용이하게 얻을 수 있다. 맘이 후할 때를 놓치지 말자. 진짜 구조조정기엔 책 한 권 못 사게 한다.


팀 단위 구조조정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인데 잘 나가는 기업들은 잘 안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배달음식, 인터넷 교육, 플랫폼 기업 등은 조용히 잘 나가고 있다. 잘 나갈 때 구조조정을 해야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팀장님들도 본인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해보시길 권고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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