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T 분석의 기원(2)
(1) 편에서 1970년대 오일쇼크까지 말씀을 드렸다(아래 링크 참고).
https://brunch.co.kr/@2ndlife/4
오일쇼크라는 빅 이벤트 탓에 외부환경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경영계는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거나 신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툴을 요구하게 된다. 이에 부응해서 나온 것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마이클 포터 교수의 '5 Forces Model'이다.
산업 내 경쟁, 구매자의 힘, 공급자의 힘, 신규 진입자의 위협, 대체재의 위협 등 다섯 가지 요인을 분석하여 해당 산업 또는 시장의 매력도를 판별한다. 설명하자면 한참 걸리겠지만 한 마디로 줄이자면, '어디 독점적으로 사업할 만한 곳이 없나'를 판명하는 툴이다. 기업은 사실 독점 시장을 선호한다. 규제 없이, 경쟁자 없이 맘대로 사업하고 싶어 한다. 독점 시장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살펴보고 그 수준에 맞게 자사의 '포지셔닝'을 유도한다. 외부환경 분석의 현실적인 툴이 만들어진 것이다.
외부환경 분석 툴이 만들어지다
사설을 덧붙이자면, 경영학계에서 마이클 포터의 입지는 슈퍼스타 급이다. 혹자는 현대 경영학을 그의 논문 발표 이전과 이후로 나누기도 한다. 젊은 나이에 HBS 교수도 됐다. 그러다 그도 당황스러운 상황이 1980년대에 발생한다. 오일쇼크에 이은 또 하나의 쇼크, 바로 '일본 기업들의 부상'이다.
일본 기업들은 1970년대부터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할리데이비슨이 있던 '미국'에 혼다가 진출했고, 제록스가 있던 '미국'에 캐논이 진출했고, 빅 3가 있던 '미국'에 도요타가 진출했다. 마이클 포터 교수의 5 Forces Model을 상기해보자. 이미 거대기업들이 장악한 미국 시장은 진출하면 안 되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기존 강자들을 밀어내고 점점 시장을 잠식해간다. 그뿐이 아니다. 미국의 상징 같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컬럼비아 영화사 등을 일본 기업들이 매입해갔다. 그 당시 미국 기업이 갖던 공포는 우리가 중국에 느끼는 것 이상이었다.
혼돈에 빠진 미국
기존의 분석 틀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을 목도하면서 미국 경영학계는 일본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게 되고, 포터의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른바 '핵심 역량' 이론으로 기업이 갖고 있는 강점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실제 1980년대 R&D 비용은 인텔이 도시바보다 많았다. 그럼에도 시장 점유율은 떨어져 갔다.
대표적인 핵심역량 주창자가 유타대 교수 제이 바니다. 그는 기업이 보유한 특정 역량이 가치 있는가, 희소성이 있는가, 카피가 가능한가, 조직화되어 있는가라는 네 가지 질문을 통해 얼마나 강력한지는 판명하는 VRIO 모델을 만들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기업은 외부 환경보다는 내부 환경을 신경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의 이론으로 미국에서의 일본 기업들의 성공이 설명된다는 것이다.
내부 환경도 중요하다
30 ~ 40년 경영학계의 큰 흐름을 간략하게 살펴봤다. SWOT 분석의 그림을 다시 떠올려보자. 강점과 약점은 자사의 '내부 환경'이고, 기회와 위협은 '외부 환경'이다. 내외부 양측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전략적 방향성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는 것이 설명한 것처럼 오랜 세월을 거쳐 확립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내부 또는 외부 중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는 없다.
물론 우리에겐 오래전부터 손자 선생이 있으셨다.
SWOT 분석의 기원은 마치고, SWOT 분석의 활용법으로 이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