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나의 일기
오늘 당황스러운 일이 생겼다.
엄연히 따져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당황스러운 일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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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칠 전 회사에서는 하반기 복지포인트를 직원에게 지급했다.
선물 같은 이 포인트를 어떻게 사용할까 궁리하다
선물이란 자고로 가장 사치스러운 것, 굳이가 아니어도 좋은 것, 하지만 그래도 하고(갖고) 싶은 것에 사용하는 게 가장 좋다는 평소의 소신대로
아이패드를 살까. 여행을 할까. 옷을 살까... 수많은 선택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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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자고로 흥청망청의 자유가 비공식적으로 보장된 시공간
새벽녘에 들어간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평소 눈여겨보고 있던 숙소가 저렴하게 올라와 있었고 마치 이때 이곳에 가라는 운명처럼, 그렇게 예약은 진행되었다. 평소 보다 금액이 낮았던 이유는 원하는 일정 중에 방을 한 번 교체해야 된다는 조건 때문인 듯했지만, 그것 또한 예약을 하지 않을 이유에 해당되지 않았다.
'오, 나 요즘 소비 타이밍의 타율이 높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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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게 사람 마음
자고 일어났더니 올해 초 일정에 쫓겨 짧게 여행해야만 했던 교토를 여유롭게 여행하고 싶어졌다.
예약했던 숙소를 자연스럽게 취소했고 환불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문제가 발생한 건 마땅히 돌아와야 할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거였다.
그때서야 메일로 도착한 예약서를 확인하였다.
방이 한 번 교체되는 과정에서 일정에 묶여 있던 방의 무료 환불 기간이 달라 착오가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버렸다.
점심시간인데 밥맛이 없었다. 돌다리를 백 번 두드리며 건너는 사람에게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황으로 당황을 넘어 황당스러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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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분의 통화 대기음 후에 '지금 통화하게 될 이 직원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의 일원인 무명인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나의 어리석음을 입 밖으로 뱉어내어서라도 십칠만팔천 원을 환불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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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원은 조곤조곤하고 나이스하게 상담을 진행해 주었고, 호텔 측에 긴급 환불 요청을 하고 결과는 이틀뒤에 알려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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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난 예약 취소건에 대한 결과를 모른다.
하지만, 난 이제 안다.
문서라는 것은 끝까지 읽어야 하고 그다음에 저질러야 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