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가을밤

무해한 나의 일기

by just E

어릴 때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밀가루 함량이 높은 도넛은 시간이 지나면 딱딱하고 퍽퍽해졌다.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으깨지던 밀가루는 궁극에 가서는 고소함을 자아냈던 것 같다.


오늘 운동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금요일 밤 맥주 한 캔을 한다고 해서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 없는 나이가 됐다. 마트로 들어가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맥주 두 캔을 가슴께에 끼고돌아 나오는 코너에 20프로나 할인하는 빵을 발견했다. 할인하지 않았다면 추어도 살 생각이 없던 빵을 집어 들었다.


배부르게 맥주를 마시고 빵봉투를 뜯었다. 대기업 맛이 아닌 소상공인의 맛이 느껴졌다. 예전에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서 으깨지던 퍽퍽하고 단단한 오래 씹다가 보면 궁극의 입안에 남던 고소함, 그 추억이었다.


오랜만에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빵 때문인지 맥주 한 캔 때문인지 차가워진 가을바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이 그리워졌다.


맛이 무섭고 기억이 무섭고 시간이 무서운 이유는 이렇게 불시에 돌아가지 못하는 그날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여담) 사진은 내용과 전혀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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