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못 믿는 건 나, 여행 이틀째

무해한 나의 일기

by just E

기어코 들고 나왔던 책 한 권과 수첩, 몇 자루의 필기구, 여행 때만 사용하는 지갑과 커피숍에서 급하게 챙겨 넣은 냅킨 그리고 줄이어폰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공원에 앉아 테이크 아웃한 커피를 마시며 몇 페이지 책장을 넘겨본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줄이어폰과 마스크는 상극이다.

공원에서 벗어던져 넣은 가방에 이어폰과 마스크가 엉퀴어 있었던가?

이어폰을 뺄 때면 마스크를 먼저 꼈었는지 이어폰을 먼저 꼈었는지를 매번 생각해야만 한다. 마스크를 뺄 때도 그 비효율적인 두뇌 운동을 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두 개를 동시에 귀에 걸고 있는 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줄이어폰은 가방에서 수첩과 엉퀴었다가 지갑과 엉퀴었다가 그 안에 든 모든 것과 엉퀴고 설킬 듯했다. 지갑에 딸려 나오기도 했고 펜에 딸려 나오기도 했지만 결코 가방 밑바닥에 깔리는 법은 없었다.


숙소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갈 채비를 하며 가방에 든 것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그 수많은 것들에 엉퀴어 있던 줄이어폰이 보이지 않는다.


믿고 있던 기억을 의심해 본다.

마스크를 먼저 꼈었는지 이어폰을 먼저 꼈었는지가 아니라 이번엔 내가 호텔에서 나갈 때 이어폰을 가지고 나갔었는지 조식 먹을 때가 마지막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젠장, 오후 4시까진 행복했는데..

굿바이 이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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