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나의 일기
내가 장담컨대 한국에 땅을 밟고 처음 만나는 지인 누구에게든 이번 여행은 좋았다고 말할 것이다.
어제는 날이 맑았다.
(사실 여행 내내 비 예보는 없었다)
일기예보에선 30도라고 했지만 우리나라가 지금 가을인데 여기라고 더워봤자...
걸으며 땀이 삐질삐질 나온다는 말을 또 얼마 만에 실감하는 건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일을 벌써 잊은 건가.
아무래도 먹거리 위주의 동선을 짜다 보니 먹지 못 한 것에 대한 미련으로 위는 머리가 됐고 배는 입이 된 듯 여행 내내 많이 먹은 것 같지도 않은데 위는 쉴 틈 없이 불편했고 여전히 배는 고팠다.
두 시간을 이동해 몇 천 원짜리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고, 다시 한 시간을 이동해 치즈감자를 사고 이미 동선은 꼬일 대로 꼬여버렸고 제주에 두고 온 슴(자동차 애칭)이 간절했다.
자꾸 어딘지도 모르는 이곳을 뱅글뱅글 돌고 있는 기분이었지만 그건 차라리 나았다. 먹으려 했던 곳이 폐업이라든지 내부 공사 중이라는 한 글자도 알아보지 못할 벽보를 볼 때면 등허리에 흘러내리는 땀도 닦아 내릴 수 없이 힘이 빠지고 이내 다리가 풀리곤 했다.
어느 순간은 먹고 싶어서가 아니가 아니라 먹지 않으면며 칠 후 후회로 돌아올 것 같아 먹기도 했다.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뷰는 누군가의 그저 그런 일상을 장소만 바뀌었다는 이유로 특별함으로 채우려는 나와 마주하기도 했다.
지난번 스치듯 지나친 곳을 제대로 보자고 찾아갔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번 여행 또한 지난번의 답습에 불과했기에 ‘이래서 첫 경험이 중요하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 잃어버리기 힘든 줄이어폰을 여행지에서 분실했고 에어팟을 잃어버렸을 때 보다 짧은 미련이 남았다.
미련도 금전 수치와 비례했고 그만큼 난 세상에 때가 탄 어른이 되었다.
모든 게 변수처럼 흘러가고 많은 플랜 중 플랜M 정도만 하다가 돌아왔지만, 난 내일부터 회사에서 만나는
모든 이에게 무척이나 즐거운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