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나의 일기
매년 이맘 때는 신자 된 도리로 판공성사(대림시기와 사순시기 전 일괄적으로 거행하는 연례 고해성사)를 드린다. 천주교에 대한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이 한층 높아지는 시기다. 성당을 다니는 횟수는 날로 늘어나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들과 지켜야 할 것들, 알아야 할 것들은 다니기 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무지자다.
몇 번을 해도 고해소에 들어가 예열 없이 신부님께 다짜고짜 내 죄를 고하는 것은 어렵다. 신부님과 나 사이에 아무리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쳐져 있다한들 알코올 한 방울 마시지 않은 맨정신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고해소에 들어가기까지 마련된 의자 순서에 따라 앞쪽으로 한 칸 한 칸 옮길 때면 ‘도대체 올해는 무슨 죄를 사하여 달라고 해야 하나’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고해소를 찾기 며 칠 전,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잘 못은 자잘하여 이런저런 명분을 붙이면 그것마저 잘 못 인가 싶기도 했다. 이런 식의 합리화면 결국 누구 하나 죽여야 죄를 사하여 달라고 할 만큼의 죄가 될 것 같기도 했지만 말이다.
독창성 없는 나의 죄에 신부님의 업무 흥미도를 낮추는 것은 아닌지. 작년과 단어만 살짝 비튼 나의 죄가 신부님에게 따분함과 스트레스 수치만 높이지는 않을지. 이런저런 걱정이 앞선다.
고해는 끝났고 따뜻한 말로 신부님은 위로와 보속을 주셨다. 고해는 어떤 이유에서든 돌아서 나오는 발걸음을 한 결 가볍게 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내년에도 고해를 앞두고 똑같은 고민이라도 할 수 있게 착실히 성당이라도 나가는 어른이 되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