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나의 일기
‘이달의 운세에 구설수가 있었던가’
날씨가 흐리더니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기온이 어제보다 떨어져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히 출근해야 하는 아침이라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게 아닐까.
남들은 지금 남아있는 연차를 소진하며 한창 연말을 즐기고 있는데, 오늘은 괜히 나만 일하고 있는 것 같은 억울한 시간들이다.
기분이 좋지 않아 맛있는 커피를 마셔줘야 했다.
(나는 오늘부로 대문자 F로 다시 태어났다)
점심시간, 가까운 커피숍으로 향한다.
아직 치우지 않은 알록달록 반짝반짝 휘황 찬란한 트리가 카페 중앙에 장식되어 있다. 커피를 주문하고 빈 테이블에 앉아 카페 안 사람들을 본다. 아이디카드를 목에 걸고 있지 않아도 관광객과 회사원은 명증하게 나뉘어진다. 후드티나 슬리퍼, 무릎이 뛰어나온 트레이닝복, 질끈 묶은 머리와 핏기 없는 입술. 카드를 목에 걸고 있지 않아도 백발백중 연말에 다른 곳으론 갈 수 없는 21세기 신노비 회사에 발 묶인 회사원이다.
혼자 커피를 사러 나오면 기다리는 무료함과 어쩌면 얼굴만 아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는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마음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평일 점심시간의 전화는 더 상냥하게 웃음 짓고 그렇지 못한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시간이다.
맛있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회사로 들어왔더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의자에 앉는데 메시지가 왔다.
“...카페에서 저 못 봤어요? 엄청 즐겁게 웃으며 전화하던데.. 이쪽으로 보길래... 우리 눈도 마주쳤잖아요? “
아......
웃으면서 회사 욕을 했던가? 동료 욕이 섞여 있었던가? 육두문자를 남발했던가? 전화 목소리가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만큼 컸던가?
... 지성인으로 욕은 하지 않았겠지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회사욕은 한 것도 같은데.
2026년도부터 분명 운이 트인다고 했는데 새해를 앞두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회사 정치를 좋아하지 않지만 힘없는 노비는 이런날에 촉을 곤두세워 정치적 움직을 가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