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나의 일기
며 칠 전 언니에게
“아바타 추천? 비추?” 맥락 없는 질문을 던졌다.
“아바타 1,2편을 본 사람은 불과 재는 의무적으로 보는 거야”라는 대답은 이동진 영화 평론가의 한 줄평보다 묘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침 31일은 문화가 있는 날의 수요일이었고 리클라이너관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아 놓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표는 예매해 뒀지만 상영 날인 오늘 퇴근을 앞두고 피곤함에 고민이 시작됐다.
‘취소해? 말어?’
퇴근 20분 전 거짓말 같이 컨디션이 좋아졌다. 동료들에게 영혼 없는 새해 인사를 남기며 중요한 약속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시작 10분을 남겨두고 회사를 뛰쳐나갔다.
리클라이너는 나의 침대보다 편안했고 영화관은 따뜻했다. 영상미는 좋았고...
.... 스토리는 좋아겠지?
....
....
..
아바타의 스토리가 절정을 달리고 있는 지금 나는 기숙사다. 냉동실에 언제부터 박혀있었는지 모를 치킨 한 덩어리를 에어프라이어에 돌리고 맥주를 땄다.
그러니깐 상영 한 시간째쯤 느껴진 방광의 요의 그것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도저히 남은 3시간을 참을 인내심 그것 때문이라고도 말하고 싶지 않다.
사람들로 꽉 찬 상영관에서 머리를 숙이고 계단 쪽으로 헤치고 나가야 했던 찰나의 부끄러움을 다시 한번 겪을 용기가 없어서라고도 말하고 싶지 않다.
그저 난 사람들의 영화 몰입도를 깨고 싶지 않은 매너 넘치는 사람, 그 정도가 딱 좋을 것 같다.
진심으로 오늘은 조용히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성찰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진짜. 진짜 진짜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