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나의 일기
제주에서 겨울에 귤 사 먹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얼마 전 네일숍에 손톱을 맡기고 앉아 초면인 예비신부 사장님의 러브스토리를 들었던 날이 있었다. 대화는 사랑, 삶, 관계 등 여러 소재가 혼재되어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한 시간을 이어갔다.
대화 중,
겨울철 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뭍에서 온 사람들은 제주 사람이라고 하면 집에 귤나무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는 줄 안다며 이야기했다. 본인도 신기한게 귤나무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항상 겨울이면 귤이 집에 굴러다니고 있었다며, 귤 사 먹는 사람이랑은 말도 하지 말라는 제주말이 있다고도 했다.
신기하다고 표현한 말 뒤에 은근 자신의 사람됨을 치켜 세우는 문장이 붙어 피식 웃음이 났다. 사장님 본인은 뱉어놓은 말이 실수인가 싶어 내 눈치를 살폈지만 말이다.
‘육지사람들은 제외고요...‘라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는 걸 보니, 마음이 착한 사람인가 보다.
제주도 사람들은 귤을 사 먹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그건 아마 제주 생업 중 하나인 농업으로 특산품인 귤을 하는 집들이 워낙에 많았을 테니 굳이 본인이 귤나무를 키우지 않는다고 해도 부모님, 친척, 친구, 직장동료 그것도 아니라면 근처 CU에서라도 맛보라고 올려놓는 게 귤박스이기 때문 일 것이다.
외출 후 집으로 들어오는 길, 편의점에 올려진 귤이 ‘가져가도 좋아요, 귤’ 인걸 알면서도 계산을 하고 뒤돌아서 “가져가도 되나요?”라고 한마디 붙여본다.
가져가고 싶은 만큼 마음껏 가져가라는 게 바로 귤나무를 가진 제주인심이다.
오늘은 내가 잘 살았다기 보다 운이 좋게 귤인심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