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벚꽃 말고 소중한 연차

무해한 나의 일기

by just E

벚꽃이 피었다.

sns에 올라와 있는 영상이나 사진들을 보면 제주에는 벚꽃이 만발이다.

같은 제주에 있지만 그런 걸 보고 있자면 ‘아, 제주에 벚꽃이 만개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 출근길에 봤던 벚꽃 나무 한그루가 오후로 넘어가는 화창한 햇살에 몇 시간 만에 만개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sns에 올라와 있는 제주의 벚꽃 모습을 의심했을 것이다.


3월부터 주말이 오기 전 평일에 ‘주말에는 벚꽃로드를 달려야지 ‘하지만 나는 매주 찾아가지 않는다.

아름다움 보다 익숙함에 길들여져 버렸다.

벚꽃이 절정을 이루는 오늘, 연차를 맞이했다.

타이밍이라는 말을 꼭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만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면 오늘이 바로 그 타이밍이다.


어제 침대에 눕기 전, 벚꽃과 유채길이 펼쳐진 녹산로를 드라이브했다가 일 년 동안 살며 벚꽃이 피고 지는 모습이 추억으로 가득한 전농로를 갔다가 어느 해 벚꽃길 위에 파라솔을 펼쳐 놓고 도란도란 커피를 마시던 도민의 낭만이 넘치던 신풍리 벚꽃로드를 달리기도 했다.


어제는 어제였고 오늘은 오늘이다.


(그러니깐 오늘)

냉동실에 있던 인스턴트 피자를 데우고 커피를 내려 책상 앞에 앉았다.

창문으로 보이는 벚꽃 나무에는 아직 만개하지 못 한 벚꽃 나무 한그루가 있다.

얼핏 꽃잎이 다 떨어져 풍성해질 초록잎을 앞둔 나무 같아도 보이지만 그저 만개하지 못 한 벚꽃 나무라는 것을 매일 아침 ‘오늘은 제주에 벚꽃이 폈을까’하고 기다리던 일과의 반복을 보내던 나는 알고 있다.

이 정도의 기다림이었다면 만개한 벚꽃을 보러 가 볼만도 하지만, 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이건 그냥…… ‘김정욱 찾기’에서 여자 주인공이 한 알 남기는 호두과자와 같은 것이다.(라고 덧붙여 놓으면 조금 더 낭만적인 명분이 생긴다, 그저 귀찮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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