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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E Jan 31. 2023

서울 라이프 잠정적 보류상태

사계절만 살아보면

제주 이주 일주일을 앞두고 감정이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닌데.. 이게 이럴 일인가?’


삶의 터전이었던 곳에서 떠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아니었다.

집도 구하지 못했고 짐도 정리하지 못했으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모르는 현실적 문제도 문제였지만 눈치 없는 감정에도 문제가 생긴 것이다.

내리막길의 감정이 찾아왔고 이럴 때면 전쟁에서 패배한 패잔병의 기분을 얼핏 맛보는 것 같았다.

두고 가는 게 아닌 마치 서울에게 쫓겨나는 기분이 들었고 괜찮은 줄 알았던 시간들이 모두 괜찮게 흘러가지 않았다. 제주행의 결정에 굳이 거기까지 가야 하냐는 주변의 우려 섞인 말도 있었기에 불쑥 찾아오는 감정은 스스로가 토닥여 주며 해결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이건 제주 승인 서울 반려가 아니야.  보류상태인 거야! 그것도 칼자루는 내가 잡고 있는 선택의


'괜찮다'와 '안 괜찮다'가 초침처럼 돌았다. 초침처럼 돌아가는 감정을 계속 바라보며 우울해하는 자신을 건져내는데 오히려 현실에 문제가 있는 게 도움이 되었다.


더 이상 감성적일 시간이 없다.


거처, 당장 살 곳.

자신의 연민에서 건져 올린 현실적 문제는 너무나도 현실, 그 자체였다.


앞으로 일어날 무궁무진한 일들은 미래의 내가 잘 해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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