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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E Apr 30. 2023

그중에서 좋은 것들

사계절만 살아보면

되돌아보면 매번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한 달만 살아보면, 한 달만 다녀보면 각 나오잖아, 안 그래?'

언니가 제주에 놀러 왔던 2월 말에 자신 있게 했던 말이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의 인생이라는데..

지금 이렇게 일희일비하는 삶을 살게 될 줄 그땐 미처 몰랐었다, 정말.


한 달을 살고, 두 달을 살고, 세 달째 살고 있지만 한결같은 마음은 아니었다.

'도저히'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지만 '이만하면'이란 생각이 종종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억울해서 꾸역꾸역 걸었던 밤벚꽃길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보이는 제주의 돌담

나보다 오래 살아온 초록의 나무들

협재 바다를 걷다 보면 닿을 것 같은 비양도

투박 하지만 정이 느껴지는 제주 사람들


4월 마지막 날,

회사에 제출해야 할 업무 과제로 노트북을 가지고 함덕으로 향했다.


미세먼지는 없었고,

날씨가 따뜻했으며

내일도 쉴 수 있다는 마음의 위안

삼일 출근하면 다시 삼일을 쉰다는 설레임.


오늘이 싫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올해 첫 쪼리을 꺼내 신기에 적당한 날이었다.


함덕 해변엔 각자의 오늘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만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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